12일 경기도 고양종합운동장에서 ‘2020 하나은행컵 축구국가대표팀과 올림픽축구대표팀의 평가전 경기가 열렸다. 정부가 지난 11일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로 하향 조정하면서 관중들의 입장이 허용됐다. 축구팬들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며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고양|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12일 경기도 고양종합운동장에서 ‘2020 하나은행컵 축구국가대표팀과 올림픽축구대표팀의 평가전 경기가 열렸다. 정부가 지난 11일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로 하향 조정하면서 관중들의 입장이 허용됐다. 축구팬들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며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고양|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드디어 “대~한민국”의 뜨거운 기운이 초록 그라운드에 메아리쳤다.

파울루 벤투 감독(포르투갈)이 이끄는 축구국가대표팀과 김학범 감독이 지휘하는 23세 이하(U-23) 대표팀의 ‘2020 하나은행컵 축구국가대표팀 VS 올림픽대표팀’ 2차전이 열린 12일 고양종합운동장은 훈훈했다. 모처럼 태극전사들이 팬들과 함께 호흡하면서다.

정부와 방역당국이 11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을 1단계로 낮추면서 스포츠 현장의 관중 수용이 가능해지자 대한축구협회는 오랫동안 대표팀 경기에 목말랐던 팬들을 위해 ‘유관중 경기’를 결정했다. 마침 한국프로축구연맹도 16일 강릉에서 열릴 강원FC와 인천 유나이티드의 K리그1(1부) 25라운드 경기부터 경기장별 수용인원의 25% 내에서 관중을 들이기로 결정했다.

비록 해외 팀과의 정식 A매치가 아니고, 음식물 취식과 육성 응원도 금지됐으나 경기장을 찾은 팬들의 표정에는 설렘과 기쁨이 고스란히 묻어나왔다. 멋진 장면이 나올 때마다 어쩔 수 없이 터지는 환호와 탄식은 막을 수 없었다. 모두가 태극전사들이 그리웠다. 국내에서 A대표팀 경기가 열린 건 지난해 12월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이 마지막이고, 이날 경기는 올해 처음이자 마지막 무대다.

그럼에도 흥행은 기대할 수 없었다. 공식 관중은 2075명. 워낙 갑작스런 결정인데다 시스템 준비를 위해 킥오프 5시간 전인 오후 3시부터 온라인 예매로만 입장권이 판매됐기 때문이다. 홍보 기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고, 직장인들에게는 최악의 타이밍인 월요일 퇴근시간과 맞물린 점도 감안해야 했다. 각종 온라인 축구게시판에는 야근과 선약 등으로 현장을 찾을 수 없는 상황을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넘쳐났다.

그럼에도 축구대표팀이 한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전국구 스포츠 팀이라는 것은 확실히 증명됐다. 각지에서 발걸음을 옮긴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수도권은 물론이고 부산, 대구, 심지어 제주도에서 올라온 가족 팬들도 있었다.

경기장 본부석 맞은편 동쪽 스탠드 1만1000석 중 30% 판매를 결정한 협회는 안전을 위해 좌석 간 의자 2개씩 비운 뒤 앞뒤 지그재그 착석토록 했는데, 협회 직원 30명이 휴일도 반납한 채 전날(11일) 경기장에서 판매 가능한 좌석에 일일이 표기하는 수고를 했다.

협회 이재철 마케팅 팀장은 “애초에 매진을 기대하기 어려운 환경이었다. 관중수보다 경기장에서 선수·팬이 함께 하는 것 자체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

고양|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