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켓볼 피플] 전자랜드 정영삼 “고마운 전자랜드, 멋지게 은퇴시키고파”

입력 2020-10-16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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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프로스포츠는 ‘마지막’에 큰 의미를 부여한다. 미국프로농구(NBA)와 메이저리그 (MLB)에서 리그를 주름잡았던 스타플레이어의 은퇴투어는 팬들에게 큰 감독과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서장훈, 김주성(이상 농구), 이승엽(야구) 등이 은퇴투어를 통해 마지막 추억을 남기며 선수생활을 마무리했다.



‘2020~2021 현대모미스 프로농구’에선 선수가 아닌 팀이 마지막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 2003년 인천 SK 빅스를 인수해 프로농구에 뛰어든 인천 전자랜드는 올 시즌을 끝으로 구단 운영을 끝낸다는 방침을 세웠다. 2007년 전자랜드에 입단해 프랜차이즈 스타로 인연을 이어온 정영삼(36·186㎝)은 “전자랜드를 멋지게 은퇴시키고 싶다”는 다짐 아래 새 시즌에 나섰다.

“새 시즌, 우리는 매 경기가 소중”


전자랜드 구단 역사에서 정영삼은 빼놓을 수 없는 존재다. 2007년 신인드래프트 4순위로 입단한 그는 13년간 전자랜드에서만 커리어를 이어왔다. 구단 역사상 가장 오랜 시간을 함께한 선수다. 전자랜드의 마지막 시즌이 그에게도 특별할 수밖에 없다. 정영삼은 “늘 하던 대로 훈련하고 시즌을 맞은 것뿐인데, 마지막이라는 단어가 붙으니 매일같이 반복됐던 일상이 특별하게 다가온다”고 밝혔다.

당초 전자랜드의 새 시즌 전망은 밝지 않았다. 끈끈한 팀 컬러로 매 시즌 전력 이상의 성적을 냈지만, 선수보강이 이뤄지지 않은 올 시즌만큼은 일정 수준의 성적을 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평가를 받았다.

전자랜드는 개막 2경기에서 보란 듯이 연승을 신고했다. 우승 후보로 꼽히는 안양 KGC(9일·98-96 승)와 서울 SK(10일·97-74 승)를 연파하며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 팀의 주장인 정영삼은 2경기에서 평균 13.5점을 올리며 팀 승리에 힘을 보탰다. 3점슛은 4개를 던져 모두 성공시켰다. 전자랜드와 정영삼을 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그는 “2연승을 거두고 ‘회춘했느냐’는 말을 정말 많이 들었다. 그동안 내가 농구를 어지간히 못했었나 싶더라. 내 기량이 갑자기 좋아진 것은 아니다. 나보다 좋은 후배들이 많았으니 출전시간이 줄어들었을 뿐이다. 다시 뛸 시간이 주어졌고, 팀이 원하는 역할을 할 뿐이다”며 웃었다. 이어 “KGC와 SK라는 강팀에게 승리해서 기분 좋다. 그렇다고 선수들이 들뜨지는 않는다. 우리가 훈련했고 원했던 플레이를 했을 뿐이니까. 이런 경기력이 매번 나오기는 쉽지 않지만, 팀이 마지막인 올 시즌 우리는 매 경기가 소중하고 절실하다. 이제 경기장에 관중입장이 된다고 하던데, 2연승이 팬들의 기대감을 높였다면 그 부분에선 만족스럽다”고 덧붙였다.

“전자랜드, 고맙습니다!”
올 시즌 전자랜드의 슬로건은 ‘All of my life(내 인생의 모든 것)’다. 정영삼에게는 가족, 농구, 그리고 전자랜드가 인생의 전부다. 선수생활의 황혼기를 보내고 있는 그는 자신보다 먼저 농구 코트에서 물러나게 된 팀의 마지막을 멋지게 장식하고 싶은 마음이다.

“주변에서 ‘은퇴할 시기가 됐는데 팀이 해제돼서 어쩌느냐’는 말을 한다. 나는 전자랜드에서 많은 혜택을 누렸다. 앞으로 꽃을 피워야 할 후배들이 걱정이다. 팀이 사라져 강제은퇴하길 원하는 선수는 없다. 좋은 경기를 하는 것이 새로운 팀을 찾는 길이라면, 유도훈 감독님의 말대로 모든 것을 걸고 기꺼이 그렇게 할 것이다. 후배들과 내 선수생활의 마지막을 함께할 새 팀이 나타나기를 간절히 바란다. 비록 올 시즌을 끝으로 구단 운영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지만, 전자랜드는 내가 아프고 부진할 때 늘 기다려줬고 프랜차이즈 선수로서 대우해줬다. 고마운 팀이다. 선수라면 누구나 은퇴시기가 다가올 때 멋진 마무리를 원한다. 전자랜드도 선수로 치면 KBL에서 17년을 뛴 베테랑이다. 늘 고마운 ‘내 인생의 팀’ 전자랜드를 멋지게 은퇴시키고 싶다.”

인천|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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