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고아성 & 이솜 “정의로운 여직원? 자기 일 사랑하는 청춘일뿐”

입력 2020-10-19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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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 1992년생과 1990년생인 고아성(왼쪽)과 이솜은 또래 배우들의 “넘치는 에너지”로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을 채웠다.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21일 개봉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의 주역 고아성·이솜

이자영 역 고아성
내부비리 파헤치다보니 잠재된 정의감 나와
토익 성적요? 극중 캐릭터보단 잘하겠죠 ㅋ

정유나 역 이솜
1990년 연출 위해 엄마사진도 들여다보고
화려한 의상 구하기 위해 동묘에도 갔었죠
획일적인 유니폼 차림에 아침이면 남성 상사들의 담배와 커피 심부름에 온갖 잡일까지. 1995년 개성을 중시하는 ‘X세대’의 등장 속에서도 여전했던 기업체 실업계 고교 출신 여직원들의 일상이었다. 가부장적인 직장 분위기 속에서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없었지만 그래도 비리 앞에서는 머뭇거릴 수 없다.

1995년 입사 8년차, 오로지 대리로 승진해 온전한 ‘일’을 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 아래 회사 영어 토익반에 모여든 동기들. 우연히 발견한 공장 폐수 유출 비리를 파헤치는 세 여직원들의 좌충우돌 이야기를 그린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감독 이종필·제작 더 램프) 이야기다. 주역 고아성(28)과 이솜(30)은 이번 무대가 많은 걸 변화시켰다며 입을 모은다. 21일 개봉을 앞둔 15일 두 사람을 각각 인터뷰해 대담 형식으로 재구성한다.

1990년대를 위하여
고아성(고) : 언니, 안녕! 난 이 영화를 통해서 일단 성격이 바뀌었어. 항상 MBTI 검사(성격 유형 검사)를 하면 내향형이 나왔었거든. 이번 영화를 찍으면서 가족이나 친구들이 다들 날 보고 외향적으로 변했다고 하더라고. 실제 검사를 다시 해보니 외향형이 나왔어. 호호! ‘항거:유관순 이야기’ 이후 밝고 명랑한 캐릭터를 만나고 싶었는데, 마침 그런 영화가 찾아온 거지.


이솜(이) : 모델로 연예활동을 시작해서인지 다양한 분장이나 스타일을 좋아하는데, 그래서일까. 어떤 캐릭터를 만났을 때 변신에 대한 겁이 없어. 그게 도움이 많이 된 것 같아. 무엇보다 1990년대 배경이 즐겁게 신나게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컸지.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의 한 장면.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고 : 극중 회사 비리를 수사하는 검사가 여직원이라고 담배 심부름을 시키는 장면에선 실제 서운하더라고. 1995년 네 살이었는데, 그때 CF로 데뷔했어. 일하러 다니면서 서울 강남의 건물들이 너무 신기해보인 기억 밖에 없어. 그래도 문득문득 그때 잔상이 남은 느낌이더라고.

이 : 영화를 위해서 스타일 리서치를 많이 했어. 의상이나 소품에 관심이 많은데 관련 자료나 영상도 많이 찾아봤지. 옛날 엄마 사진도 들여다보고. 그때 엄마 모습도 담은 것 같아. 의상팀을 따라 서울 동묘시장을 찾아가서 캐릭터에 맞는 강해보이고 과감하며 화려한 의상도 직접 구했어.


고 : 고졸 출신 여사원들이 1990년대 대기업의 내부비리를 파헤치는 스토리잖아. 우리가 만일 당사자였음 어땠을까. 난 가끔 스스로 정의롭고 이타적이라고 생각해왔는데, 극중 마음 속 깊은 정의감을 그려내려 했던 것 같아.


이 : 의상을 입고 분장을 하면 나와 다른 자아가 생겼던 것 같아. 그래서 나도 모르게 캐릭터처럼 삐딱한 자세도 나오고. 일할 때에는 내 생각을 얘기하는 편이야. 고민이 크면 함께 할 수 있을 것도 같고. 극중 인물들처럼 우정 때문에라도. 모두 일을 사랑하기 때문이지.


고 : 맞아! 진짜 해야 할 일은 못하는 상황인데도 자기 일을 사랑한다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 이제는 말 할 수 있어. 나 역시 내 일, 연기를 가장 좋아하고 사랑한다고. 사실 예전엔 확신이 별로 없었어. 너무 어릴 때부터 일을 시작했고 일이 좋지만, 내가 선택한 건 아니었거든. 책임감도 생겼고. 극중 캐릭터처럼 힘겨운 시간을 보내는 청춘들에게도 한 마디! 너무 애쓰지 않아도 돼. 그래도 너무 잘했고, 자랑스러워!

배우 고아성.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1990년대생을 위하여
이 : 사실 난 또래들과 연기한 건 처음이야.(함께 주연한 박혜수는 1994년생으로, 세 연기자는 각각 두 살 터울이다) 내가 큰언니여서 동생들과 잘 맞아야 할텐데 하는 부담감이 없지 않았지. 너희들이 마음을 열어줘 고마워.


고 : 또래 배우들이 함께하니 에너지가 넘치지 않았어? ‘아메리칸 스타일’처럼 친구로 지냈잖아. 그런 모습이 영화에 모두 담긴 느낌이야. 20대 후반 여성들의 성장 스토리이기도 하고.


이 : 그래서 더 열심히, 잘 하고 싶었어. 모델 일을 처음 했을 때에는 관계에 대해 많이 고민했던 것 같아. 그래도 표현을 잘 못하고 일만 하면서 즐기지 못했어. 이제 내가 아끼고 좋아하는 사람일수록 거리감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그걸 잘 유지하려고.


고 : 극중 토익반 동료 가운데 교류가 없었던 연기자가 내게 편지를 건넸어. “언니는 며칠만으로도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고. 엉엉 울었어. 정말 고맙다는 말 전해주고 싶어.

배우 이솜.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이 : 이제 난 30대가 됐어. 20대 때와 큰 차이는 못 느끼지만 여전히 도전을 좋아하고, 다양한 캐릭터에 대한 호기심이 있어. 좀 더 어른스러워지면서 성장하고 싶은 마음이 커. 주변 사람들과 어울림도 중요하고.

고 : 아역 때 시나리오상 청소년이 어른들의 생각 속 모습이어서 왜 현실과 다를까 답답했어. 여성 캐릭터 역시 그랬고. 그래도 이제 입체적인 여성 캐릭터가 조금씩 생겨나고 있어. 웰 메이드 작품을 사람들에게 보여주면서 진짜 사람의 모습을 연기하고 싶어.


이 : 근데 실제 토익 성적은 어때? 호호!


고 : 토익을 본 적은 없지만, 그래도 극중 캐릭터보다는 잘 할 것 같은데?!


이 : 나도 그래! 호호!

배우 고아성 프로필

▲ 1992년 8월10일생
▲ 2018년 성균관대 심리학과 졸업
▲ 1995년 CF로 데뷔
▲ 2004년 KBS 2TV 드라마 ‘울라불라 블루짱’으로 연기 데뷔
▲ 2006년 영화 ‘괴물’·디렉터스 컷 올해의 여자배우상
▲ 2006년 SBS ‘풍문으로 들었소’·연기대상 우수연기상
▲ 2018년 OCN 드라마 ‘라이프 온 마스’·아시아태평상 스타 어워즈 우수연기상
▲ 2019년 영화 ‘항거:유관순 이야기’

배우 이솜 프로필

▲ 1990년 1월30일생
▲ 2008년 엠넷 ‘체크 잇 걸’ 우승, 모델 데뷔
▲ 2010년 영화 ‘맛있는 인생’으로 연기 데뷔
▲ 2014년 영화 ‘마담 뺑덕’·디렉터스 컷 신인연기상
▲ 2018년 영화 ‘소공녀’·들꽃영화상 여우주연상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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