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이승진-홍건희-최원준-이영하-함덕주(왼쪽부터). 스포츠동아DB
라울 알칸타라~크리스 플렉센~이영하~유희관~이용찬으로 꾸렸던 선발진이 흔들렸다. 이영하의 부진과 팔꿈치 수술을 받은 이용찬의 시즌아웃, 발등이 골절된 플렉센의 장기 이탈로 최대 강점이던 선발로테이션이 꼬여버렸다. 불펜도 마찬가지다. 마무리로 낙점됐던 이형범은 시즌 내내 지난해의 위력을 보여주지 못하다가 9월 팔꿈치 수술을 받아 시즌 아웃됐다. 힘을 실어줄 것으로 기대했던 김강률의 복귀도 다소 늦었다. 마운드 운용 플랜은 팀의 운명을 가를 수 있는 요소이기에 우려의 시선이 적잖았다.
그러나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었다. 계산에 없던 이들이 두산 마운드를 지탱하기 시작했다. 트레이드를 통해 데려온 이승진과 홍건희가 불펜의 중심을 잡고, 스윙맨 역할을 기대했던 최원준이 선발진의 핵심으로 올라서면서 두산 마운드는 환골탈태했다. 함덕주(선발)와 이영하(마무리)의 보직변경도 성공에 가깝다. 7.58이라는 최악의 ERA로 출발했던 두산 불펜은 19일까지 ERA 2위(4.70)를 기록 중이다. 팀 ERA(4.45)는 3위다.
이승진은 김태형 두산 감독이 “올해보다는 미래를 바라보고 데려온 선수”라고 했을 정도로 당장 기대치가 높지 않았지만, 9월 이후 팀의 핵심 계투요원으로 자리를 잡았다. 최고구속 150㎞의 빠른 공을 지닌 홍건희도 마찬가지다. 지금 두산 불펜은 이들 2명을 빼놓은 운용을 상상하기 어렵다. 김 감독이 “후반기 상승세에는 홍건희와 이승진의 활약이 컸다”고 직접 고마움을 전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최원준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현재 두산 선발로테이션에서 정상 로테이션을 소화하는 투수는 라울 알칸타라와 플렉센, 최원준의 3명뿐이다. 그만큼 입지가 올라갔다. 선발과 불펜을 오가다 7월 18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부터 선발로테이션에 진입해 40경기 10승1패, ERA 3.80을 기록 중이다. 선발등판한 17게임에선 9승1패, ERA 3.22로 더 위력적이다. 남은 등판에서 1승만 추가하면 ‘10승 선발투수’가 된다. 기존의 전력들이 본궤도에 올라오면 내년 이후 마운드 운용도 생각보다 수월해질 수 있다.
계산에 전혀 없었던 이영하의 마무리 전환도 성공적이다. 불펜 전환 후 20경기에서 거둔 성적은 2승3패3세이브, ERA 1.19다. 2차례 블론세이브를 기록했을 뿐 0.188의 피안타율과 1.10의 이닝당 출루허용(WHIP) 등 세부 내용은 준수하다. 이영하와 자리를 바꾼 함덕주가 선발등판한 경기에서 팀이 4승1패를 기록한 것 자체만으로 성공에 무게가 실린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