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사커] 박건하는 어떻게 흔들리던 수원을 바로 잡았을까?

입력 2020-10-22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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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삼성 박건하 감독. 스포츠동아DB

수원 삼성 박건하 감독(49)은 수원의 레전드다. 실업축구 이랜드에서 최전방 공격수로 이름을 날린 그는 1995년 12월 수원 삼성의 창단 멤버로 합류했다. 당시 신인 드래프트 1순위에 지명될 만큼 기량은 수준급이었다. 또 초대 주장을 맡아 동료들을 이끌었다. 은퇴할 때(2006시즌)까지 줄곧 수원에서만 뛴 ‘원 클럽맨’으로, K리그 11시즌 동안 292출전에 44골·27도움을 기록했다. 국내는 물론이고 아시아클럽대항전에서 수원이 가장 잘 나갈 때 그도 전성기를 보냈다.

그가 수원 지휘봉을 잡은 건 지난달 초다. 수원이 가장 힘들 때 총대를 멨다. ‘전설의 귀환’이라고 하지만 마음이 편할 리는 없었다. 그만큼 팀 사정이 급했다. 이임생 감독의 사퇴와 주승진 대행 체제 속에 부진은 계속됐다. 급기야 꼴찌 바로 위인 11위까지 추락해 강등을 걱정했다. 그 즈음 그가 벤치에 앉았다. 수원이 몰락할 경우 자신의 지도자 인생도 비슷한 처지가 될 건 뻔했다.

하지만 그는 ‘도전’을 꺼냈다. 상황이 어렵다고 회피할 생각은 없었다. 절박한 처지의 팀에 도움이 되겠다고 결심했다. “수원은 여러모로 의미가 있는 팀이다. 시기적으로 늦은 감이 있었고, 그리고 순위가 떨어졌지만, 그렇다고 외면할 수는 없었다. 수원을 살려봐야겠다는 생각이 강했다.”

첫 경기까지는 딱 3일 남았다. 대화가 필요했다. ‘소통’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먼저 선수들과 마주 앉았다. 밖에서 느낀 자신의 생각도 들려줬다. 그렇게 서로는 마음을 열었다.

박 감독의 진단은 ‘응집력 부족’이었다. 열심히 뛰긴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힘이 없어 보였다. 또 후반 체력 저하도 고민거리였다. 박 감독은 “이기지 못해서 그런 탓인지 몰라도 한데 모이는 응집력이 없어 보였다. 수비를 하더라도 조직적으로 해야 하는 데, 그게 부족했다”고 말했다.

처방은 ‘원 팀’과 ‘체력’이었다. 우선 동료끼리의 믿음이 중요했다. 서로가 믿고 의지해야 팀 전체가 강해진다. 또 박 감독 축구의 핵심은 압박이다. 도전적으로 빼앗고, 공격적으로 패스해야 상대를 제압할 수 있다는 생각이 확고하다. 이를 뒷받침하는 게 체력이다. 체력이 바닥나지 않도록 세심한 배려가 필요했다. 이런 변화를 통해 수원은 예전의 모습을 조금씩 되찾았다.

승리만큼 좋은 치료제는 없다. 부임 후 3경기 만에 승점 3을 땄다. 그리고 3연승까지 내달렸다. 연승의 달콤함은 선수단을 춤추게 했다. 승리를 통해 얻은 건 ‘자신감’이다. “결과가 좋으니깐 모두들 힘이 생겼다. 그게 선수들의 자신감으로 이어졌다.”

수원은 18일 부산 아이파크와 원정에서 비기며 1부 잔류가 확정됐다. 하지만 박 감독은 못내 아쉬워했다. “모두의 노력으로 잔류해 기분 좋은 건 사실이지만 이기지 못한 건 아쉽다. 우리는 그동안 많이 못 이겼다. 승리를 원했는데, 그게 안됐다. 내년을 위해서라도 이기는 경기를 하면서 나아가야한다.”

박 감독은 약속대로 수원을 위기에서 구했다. 소통과 진단을 통해 팀을 추슬렀고, 승리를 통해 자신감을 얻었다. 부임 후 단 6경기(3승2무1패)만에 급한 불을 끈 박 감독은 “중요한 건 정신력이다. 수원이 잘 나갈 때도 위기는 있었고, 그 위기를 선수들이 똘똘 뭉쳐 극복했다. 그게 ‘수원 정신’이다.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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