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기자 김민재는 SBS ‘낭만닥터 김사부2’와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를 연달아 소화한 올해를 “내 일인 연기를 더 사랑하게 된 한 해”로 돌이켰다. 사진제공|냠냠엔터테인먼트
어느새 ‘청춘 아이콘’이 된 김민재
‘브람스를…’서 사랑과 직업 고민하는 준영은
20대 접어들어 매일 혼란스러웠던 나와 닮아
부족함을 극복해가는 부분에서 용기 얻었죠
올해 24살이 된 연기자 김민재는 사람들이 말하는 ‘청춘’(靑春)의 한 가운데를 지나고 있다. 하지만 ‘하루하루가 푸른 봄날과 같다’는 의미의 청춘이, 정작 김민재에겐 “어지러워 마음이 어려운 날”들로 다가온다. 그는 자주 “무언가를 끊임없이 해야 하고, 잘 해내야 할 것만 같은” 초조함에 사로잡히기도 했다. 최근엔 문득 “지금의 이 혼란스러움이 영원히 계속되는 건 아닐까?”란 생각까지 했다.‘브람스를…’서 사랑과 직업 고민하는 준영은
20대 접어들어 매일 혼란스러웠던 나와 닮아
부족함을 극복해가는 부분에서 용기 얻었죠
자신도 “답이 없는 문제”라는 것을 잘 알면서도, 김민재는 “자꾸만 생각이 깊어지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다. 고민이 꼬리에 꼬리를 물던 무렵인 올해 2월, 운명처럼 SBS 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를 만났다. 극 중 사랑과 직업에 대해 고민하고 흔들리는 20대 피아니스트 박준영이 지금의 자신과 똑 닮아 보였다. 단번에 출연을 결심했다.

배우 김민재. 사진제공|냠냠엔터테인먼트
“SBS ‘낭만닥터 김사부2’를 끝내자마자 읽은 대본이었어요. 잔잔한데 요동치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피아노를 배운 건 초등학생 때 체르니 30번까지가 전부인데 꼭 하고 싶었죠. 한 달 넘도록 죽어라 연습했어요. 얼마 전 뉴스에서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랑랑이 드라마를 칭찬해주신 걸 봤어요. 어찌나 뿌듯하던지.(웃음) 못 잊을 것 같아요.”
20일 막을 내린 드라마를 이끌면서 그가 가장 강렬하게 느낀 감정도 “위로”였다. 드라마가 청춘에게 건네는 “어지럽고 힘든 순간이지만, 어떻게든 나아가며 잘 지내자”는 메시지가 자신에게도 깊이 와 닿은 덕분이다.
“극 중 바이올린 전공자 채송아(박은빈)처럼, 저도 뛰어난 재능을 가진 사람은 아니에요. 연기를 하고 싶어 부단히 노력하고, 부족함을 극복해가고 있는 중이죠. 그런 부분들이 공감이 많이 가더라고요. 이번에 연기를 더 사랑하게 됐고, 용기와 자신감도 얻었어요. 제 일을 사랑하게 된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실감하고 있죠.”

배우 김민재. 사진제공|냠냠엔터테인먼트
지금이야 “가장 잘하고 싶은 건 연기”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지만, 2년 전만 해도 “한 달 동안 방 밖으로 한 발자국도 못 나올 만큼 혼란스러운 시기”를 겪었다. 왜 힘든지조차 알지 못했던 때를 그는 ‘성장통’이라 표현했다. 마음 속 너울 깊은 파도를 몇 번이나 맞고서야 이제 “5년 전 데뷔 무렵과는 확실히 달라졌다”고 말한다.
“데뷔 무렵엔 말도 유창하게 했어요. 그렇게 해야 하는 거라고 배웠거든요. 그런데 문득 ‘왜?’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솔직한 사람인데, 그런 저를 보여주려면 꼭 잘 말하기보다 진심을 담아 말하면 되는 거잖아요. 그걸 깨닫고는 조금 느리더라도 솔직하게 말하려고 애쓰게 됐어요. 그러다보니 생각지 못하게 ‘마’가 뜨기도 하지만요. 하하하!”
5년을 쉼 없이 달려온 김민재는 당분간 쉬면서 차기작을 찾아볼 생각이다. 당장의 목표는 “행복하기”이다.
“연말 시상식 상 욕심이요? 전혀요. 주시면 감사하지만, 큰 욕심 없어요. 그저 행복해지고 싶어요. 생각을 많이 덜어내려고 해요. 요즘 크게 웃은 적이 별로 없더라고요. 항상 웃고만 살았던 어렸을 때 저를 되찾기로 했어요.”
유지혜 기자 yjh030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