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오승환. 스포츠동아DB
오승환이라는 이름 석 자의 무게감은 상당하다. ‘부진’이라는 단어가 쉽게 와 닿지 않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7월 9경기에서 1패2세이브, ERA 6.52로 어려움을 겪었을 때는 “천하의 오승환도 세월 앞에 어쩔 수 없는 장사”라는 말을 들었다. 1년의 공백과 팔꿈치 수술에 따른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당시 KBSN스포츠 봉중근 해설위원은 이를 안타까워하며 “오승환이니까 구위저하가 더 부각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승환은 그때를 돌아보며 “초반에는 조바심을 낸 것 같다. 기대가 크다 보니 나도 마운드에서 완벽하게 던지려고만 했다. 과감함보다는 완벽을 추구하려 했던 것 같다. 매일 정현욱 투수코치, 황두성 불펜코치님과 구위를 체크하고 있다. 올 시즌에 보니까 두 달 만에 삼자범퇴를 기록한 적도 있더라. 야구는 끝날 때까지 더 배워야 한다. 정말 어렵다고 느낀 시즌”이라고 밝혔다.
봉 위원의 말대로, 부진을 딛고 클래스를 입증한 것도 ‘오승환이니까’ 가능했다. 철저한 몸 관리를 통해 구속을 150㎞까지 끌어올렸고, 변화구의 완성도도 더욱 높였다. 여전히 직구에 힘이 있으니 변화구의 완성도를 향상하면 위력을 배가시킬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 그는 “시즌 초보다는 확실히 나아지고 있다”며 “다행히 시즌을 치를수록 몸 상태가 좋아지면서 다음 시즌에 더 좋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승환은 복귀에 앞서 “해외 진출 전보다 변화구의 비중이 높아질 것”이라고 얘기한 바 있다. 꾸준히 훈련한 결과가 조금씩 나오고 있다. 그는 “처음과 견줘 변화구의 회전이나 낙폭은 한결 나아졌다고 생각한다”며 “지금 던지는 변화구들이 올해 갑자기 던지는 게 아니다. 일본과 미국을 거치며 던졌던 구종인데 그만큼 비중을 높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팀에 대한 애정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다. 후배들을 챙기는 마음도 각별하다. 17일 더블헤더를 포함해 16~18일 한화 이글스와 원정 4연전에 모두 등판한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엄청난 책임감이다. 그는 “절대 혹사는 아니다. 몸 상태가 안 되면 오히려 안 나가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며 “(이)승민이의 데뷔 첫 승을 지켜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대로 이기면 승민이가 승리투수냐’고 확인했었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무엇보다 팬들께는 죄송하다. 내가 좀더 관리를 잘해서 일찍 좋은 모습을 보여드렸으면 지금보다 좋은 성적이었을 텐데 아쉽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