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정수민. 사진제공|SK 와이번스

SK 정수민. 사진제공|SK 와이번스


정규시즌 9위를 확정한 SK 와이번스의 남은 시즌 과제는 희망 찾기다. 순위와 관계없는 경기를 치르는 만큼 팀의 미래를 밝힐 새 얼굴들을 발굴해야 한다. 2경기만을 남겨둔 가운데 우완투수 정수민(30)은 내년을 기대하게 하는 자원이다. 최근 3차례 등판에서 ‘선발본색’을 드러냈다.

우여곡절이 많았던 선수다. 부산고를 졸업하고 2008년 시카고 컵스와 계약했지만, 한 번도 빅리그에 오르지 못한 채 2013년 3월 방출됐다. 메이저리그를 꿈꾸던 청년은 방출된 지 3개월 만에 육군 현역으로 입대해 최전방에서 2년간 복무했고, 2016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전체 8순위)에 NC 다이노스의 지명을 받고 힘찬 첫발을 뗐다.

그러나 지난해까지 4시즌 동안 NC 소속으로 거둔 성적은 62경기에서 6승11패1홀드, 평균자책점(ERA) 6.91로 평범했다. 지난해 9월 3일 현 소속팀 SK와 경기는 NC 시절의 마지막 등판이 됐다. 이후 오른쪽 팔꿈치 수술을 받아 재활에 돌입했고, 2019시즌 직후 열린 2차 드래프트를 통해 SK의 지명을 받아 둥지를 옮겼다.

적지 않은 나이에 마지막 도전이나 다름없는 SK행이었다. 긴 재활을 마치고 8월 22일 한화 이글스와 퓨처스(2군) 경기를 통해 SK 소속으로 첫 실전을 치렀다. 2군 성적은 5경기에서 2패, ERA 11.70으로 좋지 않았지만, 공격적 투구로 합격점을 받았다.

시속 140㎞대 중반의 직구와 주무기 포크볼의 조합은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 공격적 투구를 동반하면 위력을 배가할 수 있다. 지난해까지 1군에서 삼진(101개)/볼넷(88개) 비율이 썩 좋지 않았기에 공격적 투구로 돌파구를 찾아야 했다. 올 시즌 1군 3경기에 모두 선발등판해 거둔 1승, ERA 1.15(15.2이닝 2자책점)의 성적도 희망적이지만, 최근 2경기 11이닝 동안 2개의 볼넷(10삼진)만 허용한 점이 더욱 돋보이는 이유다. 지난해까지 1군 20경기 선발등판 경험을 앞세운 능숙한 경기운영과 부상 여파를 떨쳐낸 점도 긍정요소다.

올 시즌 SK 선발진은 외국인투수들의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다행히 문승원, 박종훈의 국내선발투수들은 충분히 제 몫을 해줬다. 정수민이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로테이션 한 자리를 꿰찬다면 선발진은 한층 탄탄해질 수 있다. 야구인생의 2막을 연 정수민의 행보가 궁금하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