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리그의 살아있는 전설’인 전북 이동국이 그라운드를 떠난다. 그는 26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아쉬움과 고마움이 함께 했던 올 시즌을 끝으로 저는 제 인생의 모든 것을 쏟았던 그라운드를 떠나기로 했습니다”며 은퇴 결심을 밝혔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이동국은 26일 전북 구단과 본인의 소셜미디어(SNS) 계정을 통해 “모든 국민들이 IMF로 시련을 겪던 시기에 시작한 프로 커리어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많은 팬들과 함께 할 수 없어 더 아쉬웠던 올 시즌을 끝으로 마무리한다. 은퇴가 새로운 시작이란 마음으로 내린 결정”이라며 이별을 알렸다.
23년간의 프로선수생활을 마치고 제2의 인생을 열 이동국은 28일, 2009년부터 누빈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한다.11월 1일 대구FC와 ‘하나원큐 K리그1 2020’ 홈 최종전(27라운드)이 고별경기다.
1998년 포항 스틸러스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한 이동국은 K리그 통산 547경기에서 228골·77도움을 올렸다. K리그 최다 골 기록이다. 전북 소속으로는 360경기에서 164골·48도움이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이동국은 조심스레 내년을 은퇴 시점으로 잡고 있었다. 그러나 몸은 정직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경기 페이스가 떨어졌고, 반복되는 부상을 좀처럼 털어내지 못했다. 특히 모두를 놀라게 한 초인적 회복능력이 더는 없었다. 의무진이 ‘전치 6주’를 진단하면 3~4주 내 털고 일어설 때도 있었으나, 지금은 기간을 딱 채우거나 1~2주씩 늘어나는 경우가 잦았다는 후문이다.
이런 상황을 스스로 용납할 수 없었다. 코칭스태프와 후배, 구단에 큰 짐을 안기는 느낌이었다. 누군가 ‘은퇴 시기’를 물을 때면 “팀에 보탬이 될 수 없을 때 떠난다”는 이야기를 입버릇처럼 해온 그다.
최근에도 무릎 부상으로 치료와 재활을 병행해온 끝에 마음의 결정을 내렸다. 깊은 고민, 가족 및 지인들과 상의 끝에 유니폼을 벗기로 했다. 조세 모라이스 감독과 ‘평생지기’ 김상식 수석코치에게는 일찌감치 뜻을 전했다. 구단 사무국에는 21일 방문해 허병길 대표이사, 백승권 단장과 면담했다.
전북 선수들 중에도 일부는 어느 정도 상황을 인지하고 있었다. 그가 “형이 떠나야 할 것 같다”고 말할 때마다 “그러다 1년 더 뛸 것 아니냐”며 믿지 않던 후배들도 이번에는 뭔가 기류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감지했다.
문제는 발표 타이밍이었다. 마침 전북이 K리그1 우승 타이틀의 향방을 놓고 25일 울산 현대와 ‘사실상의 결승전’을 앞두고 있었다. 다행히 최상의 결과가 나왔다. 1-0 승리로 승점 57을 확보해 울산(승점 54)을 2위로 끌어내리며 선두로 올라섰다. 주말 대구전에서 패하지만 않아도 자력 우승이 가능하다.
이동국은 이날 은퇴 발표에 앞서 후배들에게 “어려운 경기를 잘해줘 고맙다. 너희들에게 먼저 얘기하려 해. 올 시즌을 끝으로 형은 은퇴할거야. 힘겹게 여기까지 왔는데 마지막까지 잘해 우승 트로피 들고 멋지게 마무리하자”는 메시지를 보냈다.
전북 베테랑 수비수 홍정호는 울산전 후 “‘우승DNA’라는 표현이 참 신기하다. 최강희 감독님(상하이 선화) 시절부터 증명된 분위기인 것 같다. 또 (이)동국이 형의 존재도 컸다. 항상 팀을 지키고 이끌어줘 좋은 결과가 나왔다”며 맏형을 향한 고마움을 드러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