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리포트] ‘철인 NO 20’ 이동국의 눈물샘 자극한 단어, ‘아·버·지’

전북현대 이동국이 28일 전북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선수 은퇴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며 눈물을 닦고 있다. 전주｜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올 시즌을 끝으로 자신의 청춘을 바친 그라운드와 작별하는 이동국(41·전북 현대)은 2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은퇴 기자회견 내내 비교적 평온한 모습이었다. 스스로 “울지 말자”고 다짐했다던 그는 종종 미소 짓고, 50여명의 취재진에 농담도 건네는 여유를 보였다.

그랬던 이동국의 목이 턱 막히고 눈시울을 붉힌 순간이 있었다. ‘아버지’라는 단어를 꺼내면서다. “내 은퇴를 좋아하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안티 팬들까지 내 편으로 만들고자 열심히 달려왔다. 축구선수 이동국을 더는 볼 수 없는데 수고했다는 마음으로 이번만큼은 박수를 쳐주셨으면 한다”는 소박한 바람을 전한 그는 “늦은 밤 부모님과 대화를 했는데, 아버지…”라는 이야기를 하다말고 잠시 말을 멈췄다.

목소리가 가늘게 떨려왔다. 물을 마시고 한숨을 내쉬더니 손수건을 꺼내 눈가를 훔쳤다. 한참 뒤 “아버지, 축구를 시작하고 30년 넘도록 날 지켜준 분이다. 본인도 ‘이제는 아빠도 은퇴한다’고 하시더라. 가슴이 찡했다. 부모님께 고생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간신히 말을 완성했다.

그의 부친 이길남(70) 씨는 궂은 날이나 맑은 날이나 늘 아들을 지켜왔다. 이동국의 포항 고향집에는 여전히 오래 전 전국 각지에서 쏟아진 팬들의 손편지들이 가보처럼 보관돼 있다. 그럼에도 아들이 환호하고 포효하는 장면보다 부상과 여러 시련으로 고통스러워하던 순간들을 훨씬 생생히 기억하는 이 씨다. “아들이 축구화에 구멍 나도록 뛸 때 나도 심장에 구멍이 날 만큼 가슴 졸였다”던 아버지의 존재는 이동국에게 그만큼 특별했다.

전주｜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