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익래의 피에스타] 레전드 고사한 ‘팬덕택’, 팔다리 보호대에 새긴 LG 팬

입력 2020-11-05 11:3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LG 박용택의 커리어는 올해 포스트시즌을 끝으로 마무리 된다. 박용택은 올 가을, 조금 특별한 보호장비를 착용한다. 사진제공|LG 트윈스

“2002~2020. 19년간 팬 여러분 정말 감사했습니다.”

박용택(41·LG 트윈스)은 올 가을, 조금 특별한 보호장비를 차고 생애 마지막 포스트시즌(PS)을 치른다. 팔과 다리를 보호하기 위한 암가드와 레그가드에 팬에 대한 감사를 새겼다. 올 가을, 박용택의 팔다리는 팬들이 지킨다.

박용택은 수년 전부터 사용했던 야구용품 업체 대표와 최근 식사를 했다. 이 자리에서 업체 대표가 은퇴 기념 보호장비를 하나 만들어주겠다는 뜻을 전했다. 박용택도 선뜻 동의했는데, 초기 모델에는 ‘LG 트윈스 레전드 박용택’이란 문구가 적혀있었다. 박용택은 “낯 뜨겁다”며 이를 고사했다. 자신을 띄우기보다는 좀더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떠오른 존재가 팬이었다. 박용택은 “2002년 데뷔 이후 과분한 사랑을 보내주신 팬들에게 감사를 드리고 싶었다. 팬들의 한결 같은 19년간의 사랑에 감사하다는 뜻으로 이 문구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제 박용택이 타석에 들어서는 자체가 팬들에 대한 감사인사, 그리고 선수로서 보내는 마지막 안녕의 인사가 된다.

LG 박용택이 팬들에 대한 감사가 적힌 보호대를 타고 타석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제공|LG 트윈스



박용택의 팬 사랑이야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젊은 시절 ‘쿨가이’로 불렸고, 뜨거운 타격감을 과시할 때 ‘용암택’이 됐다. 연탄봉사를 할 때는 ‘연탄택’이 되는 등 이름 끝 글자 앞에 어떤 단어든 붙이는 게 유행처럼 번지기도 했다. 수십 가지 별명 중 박용택은 ‘팬덕택’에 가장 애착을 드러냈다. 팬이 있는 덕택에 자신이 있다는 것을 수차례 강조했다. 올 시즌 은퇴를 앞두고 기념 유니폼을 출시했을 때 구단이 친필사인을 제안하자, “1000개쯤은 앉은 자리에서 할 수 있다”며 팬 사랑을 드러낸 바 있다.

2002년 데뷔해 올해까지 2236경기에서 타율 0.308(8139타수 2504안타), 213홈런, 1192타점. 박용택이 남긴 자신의 커리어 최종 기록이다. 올 시즌을 앞두고 예고 은퇴를 선언했고, LG를 제외한 9개 구단은 요란한 은퇴투어 대신 박용택의 다음 인생을 응원하는 행사를 차례로 열어줬다.

39년 KBO리그 역사에서 가장 많은 안타를 때린 사나이. 다른 수식어가 필요 없는 ‘레전드’다. 굳이 암가드나 레그가드에 레전드라는 단어를 새기지 않아도 된다. 박용택이라는 이름 석 자만으로 충분히 빛나는 전설이다. ‘팬덕택’ 박용택은 한국에서 가장 많은 안타를 때린 사나이로 기억되는 것만큼이나, 가장 팬을 사랑한 선수로 기억되길 소망하고 있다.

박용택은 자신의 현역 마지막 경기까지 팬을 향한 감사를 새긴 보호장비를 착용하겠다고 다짐했다. 박용택이 언제, 어떤 표정으로 자신의 보호장비를 풀게 될까. 박용택이 그토록 사랑하는 팬들은 그가 올 가을 가장 높은 무대에서 밝은 표정으로 장비를 풀기만을 바라고 있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