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익래의 피에스타] 역대 최연소 PS 1선발…KT 소형준, 누구도 걷지 못한 에이스 로드

입력 2020-11-09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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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소형준. 스포츠동아DB

19세 1개월 24일. 이제 막 만 19세를 넘어선 앳된 소년이지만 팀의 에이스임을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KBO리그 39년 역사상 최연소로 포스트시즌(PS) 1선발의 중책을 맡았다. 결과는 예측할 순 없지만 ‘에이스 로드’를 걷고 있음은 분명하다. 소형준(19·KT 위즈)의 2020년은 그 자체로 역사다.

KT는 9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릴 두산 베어스와 플레이오프(PO) 1차전 선발투수로 소형준을 낙점했다. 정규시즌 26경기에서 13승6패, 평균자책점(ERA) 3.86으로 호투하며 신인상을 예약해둔 상황이지만, 부담스러운 PS 1선발 자리에 소형준을 투입한 것은 이강철 감독의 과감한 선택이다.

역대 PS 1선발은 대부분 팀의 에이스가 도맡았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가장 강한 선발에 맞서 상대적으로 무게감이 떨어지는 선발을 내세운 뒤 2차전 이후를 기약하는 ‘논개 작전’이 있긴 했다. 정규시즌 최종전에서 에이스를 투입해 PS 진출을 확정한 뒤 가을야구 첫 무대에선 2~3선발을 내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 에이스가 팀의 가을을 열었다.

소형준의 PS 1선발 기용은 KBO리그 최연소 기록이다. 종전은 1992년 9월 25일 염종석(롯데 자이언츠)이 삼성 라이온즈와 준PO 1차전에 선발등판하며 세운 19세 6개월 5일인데, 이를 5개월 가까이 줄였다. ‘괴물’ 류현진(한화 이글스)도 데뷔 첫해인 2006년 18승으로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를 거머쥐었지만, 준PO 2차전 선발이었다. 5일 이상 쉰 류현진이 충분히 1차전에 나설 수 있었지만, 당시 김인식 한화 감독은 베테랑 문동환을 택했다. 류현진이 PS 1선발로 나섰던 것은 2007년 삼성과 준PO 1차전으로, 당시 20세 6개월 14일이었다.

이 감독은 소형준에게 ‘빅게임 피처’를 기대하고 있다. 팀이 정규시즌 2위를 확정짓기 위해 사투 중이던 10월 29일 대전 한화전에 등판해 6이닝 1실점(비자책)을 기록했던 모습에 내심 PS 1선발로 점찍어둔 상태였다. 이 감독은 “스무 살짜리 어린 투수라고 볼 수 없는 투구였다. 부담스러운 상황이었을 텐데도 오히려 평소보다 더 와일드하고 씩씩하게 던졌다”며 다시금 감탄했다. 사실 고졸신인이 개막 로테이션에 진입한 자체도 놀라운 일이었는데, 소형준은 시즌 내내 흔들리지 않는 모습으로 강심장을 증명해냈다.

두산은 LG 트윈스와 준PO에서 6이닝 11삼진 무실점 위력투를 뽐냈던 크리스 플렉센을 PO 1차전 선발로 일찌감치 낙점했다. 평균 150㎞의 속구로 무장한 플렉센은 정규시즌 KT를 상대로도 2경기에서 1승, ERA 0.90으로 ‘극강’이었으니 당연한 선택이다. 버거운 상대지만 소형준이 밀릴 이유는 없다. 소형준도 두산전 6경기에서 3승1패, ERA 2.51로 안정적이었다. 프로 데뷔 첫 선발이 두산전이었고, 그날 승리를 따냈으니 기분 좋은 상대다.

소형준은 지금 한국야구 사상 누구도 걸어본 적 없는 길 위에 당당히 서있다. 결과를 떠나 박수받기에 충분한 2020년을 보낸 소형준에게 당연한 훈장이다.

수원|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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