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일 전라북도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0 하나은행 FA CUP\' 전북 현대와 울산 현대의 결승 경기에서 전북이 울산에 2-1로 승리하며 우승을 차지한 뒤 시상식에서 기쁨을 나누고 있다. 전주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K리그1 4연패와 통산 8회 우승을 이룬 전북이 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0 하나은행 FA컵’ 결승 2차전에서 이승기의 후반 연속골로 울산 현대에 2-1 역전승을 거둬 합계 스코어 3-2로 정상에 섰다. 2000, 2003, 2005년에 이어 15년 만에 통산 4번째로 FA컵을 제패한 전북은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K리그-FA컵 동반 우승에 성공했다. 2013년 포항 스틸러스에 이은 사상 2번째 더블이다. 전북은 우승 상금 3억 원을 받았고, 이승기는 대회 최우수선수(MVP)를 거머쥐었다.
2018시즌 후 지휘봉을 내려놓은 최강희 감독(상하이 선화)도 이루지 못한 다관왕을 조세 모라이스 감독(포르투갈)은 2년 계약의 마지막 해에 달성했다. 전북은 이달 중순 카타르 도하에서 재개될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에 출전해 ‘트레블(3관왕)’에 도전한다.

8일 전라북도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0 하나은행 FA CUP' 전북 현대와 울산 현대의 결승 경기에서 전북이 울산에 2-1로 승리하며 우승을 차지한 뒤 시상식에서 MVP를 수상한 이승기가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전주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골대 악몽 거부한 이승기
0-1로 뒤진 전반 28분 K리그1 MVP인 전북 손준호의 킥이 골대를 맞혔다. 기분 나쁜 기운이 감돌았다. 전북은 4일 원정 1차전에서도 골대만 3차례나 때렸다. 그러나 전북은 스스로 이겨냈다. 후반 8분 짜릿한 동점골로 승부의 균형을 맞춘 2선 공격수 이승기가 후반 26분 다시 한번 골망을 출렁였다. 2-2로 비겨도 원정 다득점 우선 원칙에 따라 2017년 이후 3년 만에 우승을 되찾을 수 있었던 울산은 부진한 이청용을 빼고 이동경, 이근호 등 공격카드를 모두 꺼내들며 사력을 다했다. 하지만 전북의 단단한 뒷문은 더 이상의 실점을 거부했다.
‘영웅’ 이동국의 진짜 마지막
대구FC와 정규리그 최종전(27라운드)을 앞두고 은퇴를 선언했던 전북 이동국의 진짜 고별무대였다. AFC A급 지도자 라이선스 2차 교육을 받고 있는 그는 주말 외출을 허가 받아 전주성을 찾았다. 관중이 아닌 선수로 ‘녹색군단’의 올 시즌 마지막 홈경기에 합류했다. FA컵은 2009년부터 전북에서 뛴 이동국이 한 번도 들어올리지 못한 타이틀이다. 리그 8회, ACL 1위 우승을 맛봤지만 FA컵과는 연이 닿지 않았다.
출전 가능성은 크지 않았다. 전북이 전반 초반 일찍 교체카드를 쓴 데다, 템포를 잔뜩 높인 상황이라 부담이 따랐다. 또 팀의 레전드이자 영웅이 벤치를 지키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해 보였다. 그러나 모라이스 감독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어렵사리 잡은 2-1 리드를 끝까지 지켜야 할 후반 44분 이동국을 과감히 투입해 전북의 역사를 끝까지 함께 하도록 배려했다.

전주|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