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막내래! 소형준이 끌고 베테랑 힘 보탠 KT, 아직 네 발 남았다

입력 2020-11-10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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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2020 신한은행 SOL KBO 리그‘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1차전 두산 베어스와 KT 위즈의 중립 경기가 열렸다. 선발 투수로 등판한 KT 소형준이 7회초 2사 1,2루 상황에서 교체되고 있다. 고척|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첫 포스트시즌(PS). KT 위즈의 과제는 ‘얼마나 KT다울 수 있느냐’였다. 선수와 코칭스태프, 프런트까지도 뚜껑을 열어보지 못한 판에 대해 긴장과 떨림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막상 판이 깔리자 충분한 저력을 보여줬다. 비록 한 끗이 부족해 PS 첫 승으로 이어지진 못했지만, 아직 4경기가 남았다. KT가 정규시즌 2위의 자격을 증명할 시간은 충분하다.

KT는 9일 고척 두산 베어스와 플레이오프(PO) 1차전에서 2-3으로 석패했다. 7회까지 0의 균형이 이어지던 경기는 8회 양 팀이 2점씩 주고받으며 불붙었다. KT는 팽팽한 승부를 이어갔지만 9회초 1사 3루서 대타 김인태에게 결승타를 내주며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하지만 가을 DNA가 가득한 두산 상대로 분패했다는 자체가 성과다. 창단 처음, 혹은 암흑기를 청산하고 모처럼 PS 무대를 밟은 팀들은 대부분 첫 경기에서 얼어붙은 티를 감추지 못했다. 2008년 롯데 자이언츠(준PO 삼성 라이온즈전 3-12패), 2013년 LG 트윈스(PO 두산전 2-4패), 2014년 NC 다이노스(준PO LG전 4-13패)가 그랬다. 경기 초반부터 발이 무거웠고, 연이은 실책으로 승기를 내주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KT 내부에서도 이 점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심우준이 1회초 실책을 범하며 우려가 현실이 되는 듯했다. 하지만 심우준은 이를 악물기라도 한 듯 연이은 호수비로 두산 타자들의 고개를 떨궜다. 강백호도 6회초 실책을 기록했지만 타구가 워낙 빨랐다. 오히려 7회초 좌익수 조용호의 펜스 플레이, 레이저 송구에 2루수 박경수의 깔끔한 포구가 더해지며 두산의 허를 찌르기도 했다.

물론 세밀함에서 두산에 살짝 밀리긴 했다. 그 결과가 1점차 분패였다. 하지만 반대로 얘기하면 두산도 경계심을 늦출 수 없을 만큼 경기 중후반까지 팽팽한 승부를 만들어낼 힘이 있다는 얘기다.

9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kt 위즈와 두산 베어스의 PO 1차전 경기가 열렸다. 8회말 2사 만루에서 kt 유한준이 2타점 동점 적시타를 날린 뒤 환호하고 있다. 고척|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막내 소형준이 역대 PS 최연소 1선발로 등판해 6.2이닝 무실점 역투로 포문을 열었다. 0-2로 뒤진 8회말 2사 만루에서 ‘캡틴’ 유한준이 2타점 적시타로 균형을 되찾았다. 유한준은 전에 없는 화끈한 어퍼컷 세리머니로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9회말 박경수의 헤드퍼스트 슬라이딩도 이 가을을 임하는 KT의 자세를 설명한다. 후배들에게 입을 모아 “형들이 앞장설 테니 믿고 따라와달라”고 강조했으니, 증명이 필요했는데 충분히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이강철 감독도 1차전의 중요성을 모를 리 없었다. 하지만 1차전 패배 후 “KT다운 도전정신으로 동점을 만들었다. 내일부터 좋은 경기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평가했다. 1차전의 중요성이 크지만, 선발 매치업상 2~4차전에서 충분히 승부를 걸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려있다.

KT는 충분히 KT다웠다. 비록 패했지만 첫 단추가 어긋난 것은 아니다. KT는 도전자가 아닌 수성하는 입장이다. 정규시즌 2위 자격을 증명할 기회는 아직 충분하다. 1차전 보여준 KT다움은 이를 뒷받침하는 가장 큰 무기다.

고척|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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