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용규. 스포츠동아DB
키움 히어로즈 김치현 단장은 5일 한화 이글스가 베테랑 외야수 이용규(35)를 방출한다는 소식을 접한 순간 머리가 번뜩였다. 외야 전력을 보강하고 싶던 참에 검증된 자원이 자유계약시장에 나온 것이다.
고민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베테랑 수혈은 언제나 기존 선수들과 ‘케미스트리’를 고려해 진행돼야 한다. 특히 젊은 선수들이 유독 많은 키움이기에 김 단장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 상황에서 김 단장의 고민을 덜어준 선수가 등장했다. 바로 팀의 주포인 박병호(34)였다. 이용규 영입 여부를 고민하던 와중에 박병호와 연락이 닿았다. 박병호는 “(이)용규 형과 혹시 함께할 순 없나요?”라며 조심스레 김 단장에게 의견을 물었다. 박병호의 말에 무릎을 탁 친 김 단장은 즉각 이용규 영입작업에 착수했다.
김 단장은 10일 “이용규라는 베테랑 자원이면 우리 팀 젊은 선수들과 충분히 좋은 ‘케미’를 이룰 것이라 봤다. 기량은 이미 검증된 선수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어 “임병욱이 상무에 지원할 예정이다. 또 박준태가 올해 자기 몫을 120% 이상 해줬지만, 체력적으로 부담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용규가 합류하면 외야 전력에 큰 보탬이 될 것이라고 봤다”고 덧붙였다.
김 단장은 8일 이용규와 직접 만나 식사를 함께하며 영입을 최종 확정했다. 연봉 1억 원, 옵션 최대 5000만 원 등 총액 1억5000만 원에 계약한 뒤 10일 발표했다. 이용규는 120경기에서 타율 0.286, 1홈런, 32타점, 60득점, 17도루를 올린 올 시즌을 포함해 2004년부터 프로 17년간 통산 1692경기에서 타율 0.301, 25홈런, 483타점, 1038득점, 363도루를 기록했다.
한화에서 방출되자마자 새로운 기회를 얻은 이용규는 키움 구단에 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그는 “김 단장님께서 직접 연락을 주셔서 감사했다. 팀에서 바라는 것을 만족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입단 소감을 전했다. 이어 “히어로즈는 좋은 선수들이 많은 팀이다. 팀이 가장 높은 곳에 오를 수 있도록 열정을 다해서 힘을 보태겠다”고 다짐했다.
이로써 이용규는 프로 데뷔 후 4번째 유니폼을 입게 됐다. 2004년 LG 트윈스에서 데뷔한 그는 2005년 KIA 타이거즈로 트레이드된 뒤 2013년까지 활약했다.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을 통해 2014년부터는 한화에서 뛰었다. 키움과 전격적으로 계약함에 따라 만 36세인 2021시즌에도 선수생활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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