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남기일 감독. 스포츠동아DB
제주는 ‘하나원큐 K리그2 2020’에서 18승6무3패, 승점 60으로 우승해 다음 시즌 K리그1(1부) 승격을 확정했다. 2위 수원FC(승점 54)를 2경기차로 따돌릴 만큼 제주의 기세는 대단했다.
남기일 감독도 새 역사를 썼다. 광주FC, 성남FC를 승격시킨 경험이 있는 그는 올해는 친정팀 지휘봉을 잡고 K리그1에 올랐다. K리그 지도자 중 3차례나 승격을 이끈 이는 남 감독이 유일하다.
지금은 웃으며 돌아보지만 지난해 K리그1 꼴찌(12위)로 강등의 쓴잔을 들었을 때 제주 구성원들은 세상이 무너지는 듯한 끔찍한 고통을 겪었다. 부산 아이파크, 전남 드래곤즈 등 쟁쟁한 기업구단들이 수년째 발버둥칠 만큼 K리그2는 그 자체로 지옥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제주는 금세 일어섰다. 시행착오도 없었다. 시즌 초반의 기류는 좋지 않았지만, K리그2의 템포와 리듬에 빠르게 적응했다. 공수 모든 면에서 안정적이었다. 10개 팀 중 2위인 50골을 넣었고, 최소실점(23골)을 기록했다.
토종선수들의 분전이 대단했다. 공민현이 9골·3도움, 주민규가 8골·2도움으로 제 몫을 해냈다. 진성욱은 5골·2도움, K리그2 영플레이어상을 노리는 이동률은 5골·3도움으로 뒤를 받쳤다.
물론 K리그1은 또 다르다. 부산이 승격하자마자 추락했듯 단단한 준비가 없다면 생존할 수 없다. 외인 보강은 필수다. K리그2에서도 대전하나시티즌 안드레(13골·3도움)와 수원FC 마사(10골·4도움)가 득점 레이스를 주름잡았지만 K리그1은 주니오(울산 현대), 일류첸코, 팔로세비치(이상 포항 스틸러스), 세징야(대구FC), 무고사(인천 유나이티드) 등 외인들의 활약이 더욱 대단했다.
기대이하의 외국인선수로 스트레스가 상당했던 남 감독이다. 영입이 간절하다. 단, 조건이 있다. 기존 선수들이 납득할 만한 실력자여야 한다. “비효율적인 보강은 무의미하다. 올해 승격을 일군 선수들도 클래스가 있다. 전력누수를 최소화하고, 모두 인정할 수준의 선수로 약간의 채움이 이뤄지면 좋은 경쟁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남 감독의 속내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