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어밴드(오른쪽)는 KT의 영원한 에이스로 여전히 기억에 남아있다. 2018년 당시 박경수(왼쪽)를 격려하던 피어밴드의 모습. 사진제공 | KT 위즈
비록 2018년을 끝으로 KT를 떠났지만 응원하는 마음만큼은 한국에 남겨두고 왔다. KT 선수들도 ‘착한 형’으로 피어밴드를 여전히 기억하고 있다. 올해 초 대만프로야구 퉁이 라이온스에서 뛰었던 피어밴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계약을 중도 해지한 뒤 지금은 미국 오하이오주에서 가족들과 함께 하고 있다.
서면 인터뷰를 위해 피어밴드에게 연락했을 때, 그는 이미 KT의 플레이오프(PO) 결과를 알고 있었다. ESPN의 KBO리그 포스트시즌(PS)을 생중계하는데 아침부터 지켜봤다. 그는 “지난 2년간 KBO리그 경기를 꾸준히 체크했다. 아직 현역인 친구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보는 게 즐겁다”며 “KT가 잘해서 굉장히 행복하다. 쉽지 않은, 어려운 길을 잘 이겨낸 KT가 자랑스럽다”고 격려했다.

피어밴드는 KT 유니폼을 입고 2017년 ERA 1위에 오르는 등 선수생활 최전성기를 보냈다. 사진제공 | KT 위즈
피어밴드는 동료들의 이름을 한 명씩 직접 거론하며 여러 추억을 언급했다. KBO리그 최고 타자가 된 멜 로하스 주니어에겐 “공격이든 수비든 마음먹은 대로 해내는 최고의 동료다. 그와 함께 했던 시간들이 정말 행복했다”고 칭찬했다. 이어 “심우준, 주권 등 모두 기억난다. 그 중에서도 토니(유한준의 영어 이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넥센에서 뛰었을 때부터 함께 했다”며 “말이 많진 않지만 행동으로 보여주는 진짜 리더”라고 엄지를 세웠다.
2017년, 피어밴드는 KT 팬들에게 한 가지 메시지를 보낸 바 있다. “지금은 KT의 성적이 좋지 않지만 그래도 끝까지 응원해달라. KT 선수들이 리그 최고가 된다면, ‘내가 저 선수 어릴 때부터 응원했다’는 자부심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예언(?)대로 KT는 이제 강팀의 반열에 올랐다. 그는 “젊은 선수들이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해주고 있다. KT는 앞으로도 꾸준히 강팀으로 남을 것”이라고 밝혔다.
트리플A에서 여러 차레 PS를 경험했고, 2010년 왕좌에 오른 경험이 있는 피어밴드에게 단기전의 비책에 대해 물었다. 돌아온 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피어밴드는 한국 문화를 사랑해 오른팔에 한국과 관련된 문신을 여럿 남기기도 했다. 로하스 부부(왼쪽)와 함께 경복궁에서 기념촬영을 한 피어밴드 부부. 사진제공 | 피어밴드 본인
“PS만 되면 ‘반드시 이겨야 된다’는 생각이 강해진다. 절박함이 커지면서 머릿속을 때린다. KT 선수들이 긴장을 풀고 즐겼으면 좋겠다. 압박을 느낄수록 안 하던 행동을 하면서 결과가 꼬인다. 아직 3경기가 남았다. 오히려 두산이 ‘시리즈를 끝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릴 수 있다. KT는 충분히 잘해왔다. 자신과 동료들 서로를 믿고, 1년 내내 해온 대로 했으면 좋겠다. 나머지 9개 구단에게 PO에 있을 자격이 있음을 증명해주길 바란다.”
고척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