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 낸 “형만 믿어”…KT 유한준은 이대로 가을을 끝낼 생각이 없다

입력 2020-11-12 21: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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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플레이오프 3차전 두산 베어스와 KT 위즈의 경기가 열렸다. 8회초 2사 1, 3루 KT 유한준이 내야 안타를 쳐낸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고척|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개인적으로 5년만의 포스트시즌(PS). 느낌이 가물가물할 만한데, 팀은 창단 첫 가을을 맞았으니 얼떨떨한 기색을 드러낼 수도 없었다. 모두가 ‘캡틴’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유한준(39·KT 위즈)은 말이 아닌 행동으로 자신에게 2020년 가을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증명해냈다.
KT는 12일 고척 두산 베어스와 플레이오프(PO·5전3승제) 3차전에서 5-2로 이겨 벼랑 끝에서 탈출했다. 0-0으로 맞선 8회초 2사 1·3루서 터진 유한준의 1타점 내야안타가 이날의 결승타였다.

창단 첫 PS 무대에 선 KT는 앞선 2경기에서 차갑게 식어버린 타선 탓에 어려움을 겪었다. 1·2차전 모두 주자가 자주 나갔지만 득점권 타율은 0.200(15타수 3안타)에 그쳤다. 이런 흐름은 3차전에서도 반복됐다. 7회까지 득점권 8타수 무안타로 침묵하며 시원한 적시타 한 방이 절실했다. 8회초에도 대타 김민혁과 조용호가 범타로 물러나며 순식간에 2아웃. 이닝이 끝나는 듯했다.

여기서 황재균의 볼넷과 멜 로하스 주니어의 안타가 나왔다. 2사 1·3루, 타석에는 유한준이 들어섰다. 유한준은 볼카운트 0B-1S서 적극적으로 배트를 냈다. 두산 유격수 김재호가 힘껏 따라갔지만 한 발이 부족했고, 3루주자 황재균이 홈을 밟았다. KT의 PS 첫 선취점이었다. 제 몫을 다한 유한준은 대주자 송민섭으로 교체됐고, KT는 8회초 대거 5득점으로 순식간에 분위기를 바꿨다. 2경기 내내 억눌렸던 타선이 한 번에 폭발하자 위력은 상당했다.

1차전에 이은 활약이다. 유한준은 9일 1차전 0-2로 뒤진 8회말 2사 만루서 2타점 중전적시타로 균형을 맞췄다. 비록 패했지만 KT는 그 적시타로 희망을 봤다.

PS 진출을 확정한 뒤 유한준은 “형들만 믿고 따라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평소 자신의 생각을 화끈하게 말하는 편이 아닌 그에게 낯선 문장이었다. 인터뷰 중 이 말을 하기까지 잠시 망설였을 정도였다. 하지만 용기를 냈고, 결과를 만들어냈다. 이게 베테랑이다. 유한준의 가을은 아직 뜨겁다.

고척|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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