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익래의 피에스타] 두피에까지 새긴 KT 사랑…로하스, 이런 복덩이 어디 없다

입력 2020-11-13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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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로하스는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자신의 머리에 KT 알파벳 스크래치를 냈다. 팀에 대한 애정이 담긴 선택으로, PO에서 똘똘 뭉친 팀에 대한 기대를 드러냈다. 사진제공|KT 위즈

심장에 KT 위즈가 새겨져있다는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다. 이에 그치지 않고 두피에까지 KT를 적었다. 2020년 최고의 타자 멜 로하스 주니어(30)에게 KT는 소속팀 그 이상의 존재다. 로하스는 ‘팀 KT’의 질주가 멈추지 않길 바라고 있다.

플레이오프(PO·5전3승제)를 시작하기 직전, KT 선수단과 프런트 직원들은 라커룸에서 로하스의 머리를 보고 깜짝 놀랐다. 평소 모자나 헬멧을 쓸 때 두건을 착용하기 때문에 로하스의 머리를 볼 기회가 흔치 않은데, 거기에 KT가 새겨져있었다. PO를 앞두고 분위기를 바꾸고 팀 전체가 한 곳으로 뭉치자는 일종의 메시지다. 팀 동료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가 턱수염을 붉게 물들였듯, 큰 경기를 앞두고 스타일에 변화를 주는 경우는 종종 있지만 팀에 대한 메시지는 드물다.

로하스는 그라운드 안팎에서 KT 최고의 선수로 손색없다. 정규시즌 142경기에서 타율 0.349, 47홈런, 135타점, OPS(출루율+장타율) 1.097로 리그를 폭격했다. 그라운드 밖에서도 데스파이네, 윌리엄 쿠에바스의 운전기사를 자처하며 매일 출퇴근을 함께했다. 황재균, 강백호 등 주축 선수들은 물론 송민섭 등 백업 선수들의 기까지 살려주는 역할을 맡았다.

KT 로하스. 스포츠동아DB



메이저리그를 한 번도 밟지 못한 미완의 유망주였으나, KBO리그에서 기량의 급격한 성장을 이뤘다. 자연히 KT, 그리고 한국생활에 대한 애정이 상당하다. 올 시즌 초부터 압도적 성적을 내며 미국과 일본의 관심을 사는 듯했지만 “KT가 원한다면 이 팀에 오래 남고 싶다”는 말을 반복했다. KT 팬들이 ‘로하스의 여권을 불태워야 한다’고 기대 섞인 농담을 할 때도 “그런 말을 듣는 자체가 영광”이라며 늘 고마움을 전했다.

로하스는 PO 3경기에서 11타수 3안타 1홈런 1타점 2득점을 기록 중이다. 눈에 보이는 기록 자체는 정규시즌 파괴력에 못 미치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고의4구 2개를 얻어냈듯 두산 벤치에서 가장 무서워하는 타자가 로하스다. 로하스가 고의4구로 나간 뒤 모두 유한준의 적시타가 터졌다는 점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어쨌든 로하스가 1루 베이스를 밟는다면 KT는 차곡차곡 점수를 뽑았다. 팀 PS 첫 안타와 홈런의 주인공이라는 점도 로하스에겐 의미가 크다.

국적은 다르지만 로하스는 어느 국내 선수보다 더 한국인이다. KT와 함께 하는 ‘노학수’의 가을은 현재진행형이다.

고척|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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