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NC 다이노스는 시작부터 끝까지 최강팀이었다. 18경기 만에 15승을 달성해 역대 최소경기 선착 기록을 세운 데 이어 첫 20경기 승률 0.850(17승3패) 신기록까지 썼다. 시즌 7차전이었던 5월 13일 창원 KT 위즈전부터 단 하루도 1위를 놓치지 않았다. 138경기 내내 1위를 지킨 것 역시 KBO리그 새 역사였다.
이동욱 감독은 “100㎞로 달릴 레이스에서 200㎞ 질주를 했다”며 선수단에게 공을 돌렸다. 이어 구창모(23)와 송명기(20)의 이름을 떠올렸다. 이 감독은 “전반기 구창모가 압도적인 성적으로 질주에 앞장섰다. (구)창모가 부상으로 빠진 사이 송명기가 등장해 공백을 완벽히 채워줬다”고 밝혔다. 이 감독의 말처럼 구창모는 전반기 13경기에서 9승무패, 평균자책점(ERA) 1.55로 활약했다. 송명기는 후반기 17경기에서 8승3패, ERA 3.21로 구창모의 빈자리를 대신했다. 1년 내내 NC의 과속 스캔들을 이끈 것은 이들이었다.
물론 프로에 ‘자기 자리’는 없다. 하지만 자신이 부상으로 빠졌을 때 그 자리를 채워준 선수는 고마울 수밖에 없다. 만일 자신의 부상을 기점으로 팀 전체가 하락세를 탄다면 재활하는 이의 마음 또한 편치 않을 터. 이 때문에 구창모는 송명기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팀이 흔들리는 타이밍에 빠져 너무도 미안했다. 한두 경기만 패해도 나 때문인 것 같았다. (송)명기가 그 자리를 잘 채워줬다. 내가 그 나이 땐 그렇게 못 던졌다. 어릴 때 선배들이 ‘공은 빠르다’고 칭찬해줬지만, 경기 운영이 안돼서 무너졌다. 명기는 훨씬 빠른 나이에 그걸 깨우쳤다. 루틴만 봐도 잘할 것으로 생각했다. 내가 빠진 사이 명기와 (신)민혁이가 잘해줘서 고맙다.”
반대로 송명기는 여전히 구창모의 뒤를 따라가고 싶다는 바람이다. 선동열 전 국가대표팀 감독부터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 등 좋은 투수들의 영상을 탐독하는 송명기에게 팀 선배 드류 루친스키와 구창모는 좋은 교재다. 송명기는 구창모의 투구를 보며 이미지트레이닝을 즐긴다.
“첫 선발승(8월 27일 창원 두산 베어스전·5이닝 2실점)을 거뒀을 때 가장 먼저 연락을 준 게 창모 선배였다. 평소에 장난을 많이 치면서 편하게 해주는 선배다. 한창 좋을 때도 툭 치면서 ‘볼 좋다’고 얘기하고 지나가는 등 항상 자신감을 불어넣어주는 선배다.”
전반기의 구창모, 후반기의 송명기는 이제 한국시리즈(KS)에서 동반 활약을 그리고 있다. 둘 모두 선발 로테이션에서 NC의 창단 첫 KS 우승에 기여하겠다는 각오다. 구창모는 “긴장보다는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잘 준비했다”고 밝혔고, 송명기 역시 “최대한 긴장하지 않고 내 공을 던질 수 있도록 준비했다”고 이를 악물었다.
이제 과속은 필요 없다. NC에 남은 승리는 단 4개다. 구창모와 송명기는 준비를 마쳤다.
고척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