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선수협 판공비 논란’ 인사가 만사다

입력 2020-12-03 17: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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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공비 논란에 휩싸인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이대호 회장이 2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리베라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취재진을 향해 고개를 숙이고 있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인사가 만사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가 판공비 문제로 불필요한 논란에 휩싸였다. 선수들의 권익 보호를 위해 외부 문제를 다루기도 바쁜 선수협이 내부 ‘돈’ 문제로 발목이 잡혔다.

선수협 이대호 회장(38)은 2일 서울 강남구 리베라호텔에서 최근 불거진 판공비 논란에 관해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대호는 전날(1일) 언론을 통해 보도된 자신의 판공비 인상 논란에 대해 해명했다. 이어 내부 행정을 책임지는 김태현 사무총장의 부적절한 판공비 사용에 대해서는 사과했다.

이대호가 고개를 숙인 대목은 김 사무총장의 판공비 현금 지급과 관련된 부분이었다. 김 사무총장은 올해 4월부터 법인카드로 제공되던 선수협 판공비를 현금으로 지급받아 활용했다. 뿐만 아니라 지급된 현금 외에도 별개의 선수협 법인카드를 부적절하게 사용했다.

김 사무총장은 1일 보도자료를 통해 “무지와 무책임 속에 비롯된 불미스러운 상황이다. 진심으로 사과드리며 금전적 손실이 있을 시에는 책임지고 원상복구를 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선수협 사무총장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프로야구 선수들이 모여 만들어진 선수협은 창립 이후 현역 선수가 회장직을 연이어 맡았다. 평생 운동에만 전념한 선수들이 행정, 법무, 재무, 회계와 관련된 일을 처리하기 힘들기 때문에 항상 사무총장과 파트너십을 이뤄 일을 진행했다.

김 사무총장은 지난해 이대호가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직접 영입한 인물이다. 마케팅 전문가로 선수협의 내부 행정과 외부 협상을 모두 책임질 수 있는 인물로 소개됐다. 그러나 내부 관계자들은 김 사무총장의 업무 능력에 수시로 의문점을 제기했다.

이대호는 기자회견에서 “김 사무총장은 제가 모셔온 분이다. 논란이 된 부분은 제가 봐도 잘못이 있다. 자리에서 물러나셔야 한다는 얘기도 했다. 세밀하게 챙기지 못한 제 잘못”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결국 그릇된 인사가 선수협의 취지마저 기억나지 못하게 만든 꼴이 됐다. 여기에 이대호의 판공비 문제까지 더해지면서 선수협은 존립 이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 선수들의 부족한 부분을 더 면밀하게 살펴줄 사무총장은 없었을까.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절실하게 다가오는 순간이다.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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