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K리그 승리수당 폐지 추진, 현장은 ‘글쎄’…대체 왜?

입력 2020-12-1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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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가 승리수당 폐지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K리그 복수의 관계자들은 14일 “선수단 승리수당이 폐지 수순을 밟고 있다. 향후 2~3년 내 승리수당을 완전히 폐지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복수의 구단 담당자들도 “일부 구단을 중심으로 승리수당을 없애자는 발의가 나왔다. 지금으로선 기존 계약은 유지하되, 새롭게 계약할 선수부터 계약서에 (승리수당을) 빼는 형태가 유력하다”고 인정했다.

실제로 최근 K리그 대표자 회의에서 등장했던 ‘승리수당 폐지’는 15일 한국프로축구연맹 이사회의 안건으로 올라갔다. 당초 이 안은 “그간 암묵적으로 시행한 특정 경기 베팅을 금지하자”는 내용에서 시작됐다. 과거나 현재나 많은 구단들이 라이벌전, 중요한 승부를 앞두고는 거액의 당근을 제시한다는 풍문이 끊이질 않았다.

K리그에서 승리수당 폐지가 거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세계적 경제위기와 클럽 법인화 작업이 맞물려 구단들이 재정적 어려움을 호소한 2009년에도 관련 안이 등장했다. 선수단 보수는 승리수당을 없애고 기본급여와 출전수당만 지급하기로 이사회가 결의했다. 비용절감을 통해 구단 경영 정상화를 꾀할 수 있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제도는 정착되지 못했다. 당시 ‘승리수당 폐지’를 명문화하는 것에는 모든 구단이 동의했으나 ‘위반 시 제재한다’는 조항의 삽입 여부를 놓고 의견이 갈렸다. 제도적 구속력이 없으면 규정 자체가 유명무실하다는 입장과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는 쪽이 팽팽히 맞섰다.

지금도 대부분의 구단들이 승리수당을 지급한다. K리그는 연맹 차원의 ‘프로축구선수표준계약서’를 바탕으로 계약을 하는데, 특약사항(옵션) 속에 승리와 출전, 공격 포인트, 무실점 등에 대한 다양한 보상조건을 삽입한다. 이름값이 높을수록 수당 항목이 많은 편이다.

축구계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현장에선 부정적 목소리가 많다. 선수들뿐 아니라 의무·장비 등 지원스태프도 수당을 받고 있다. 결국 승리수당을 없애면 팀 성과와 직결된 구성원들의 사기진작이 어렵고, 동기부여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프로스포츠는 명예와 금전적 이득이 걸린 무대다. 승리수당을 없애면 출전 등 기타 수당이 늘어나는 편법이 나올 수 있다. 또 저연봉 선수들이 상대적으로 손해가 큰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A구단 지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구단 재정상태가 좋지 않다는 건 알고 있으나 선수단과 사전교감이 전혀 없었다. 과열경쟁 차단을 위해 베팅을 통제하는 건 이해하나 승리수당 폐지는 좀더 고민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몇몇 구단도 당혹스러운 눈치다. B구단 고위인사는 “시즌 초 연봉삭감을 놓고 빚어진 사태와 다르지 않다. 선수들과 대화할 틈도 없이 급작스레 이뤄진 측면이 있다”며 “잉글랜드와 독일, 스페인 등 축구 선진국들이나 일본 등 라이벌 리그가 수당을 어떤 형태로 지급하는지 구체적 사례를 들어 모두를 납득시키고 설득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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