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생존 드라마 쓴 인천 조성환 감독 “내년엔 재미난 공격 축구”

입력 2020-12-17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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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유나이티드 조성환 감독. 스포츠동아DB

K리그1(1부) 인천 유나이티드는 현재 제주도 서귀포시에서 전지훈련 중이다. 대개 시즌이 끝난 연말이면 휴식을 갖지만 인천은 마무리 훈련을 택했다. 조성환 감독(50)의 결정이었다. 조 감독은 “내년 시즌에도 함께 할 선수들을 데리고 10일 일정으로 서귀포로 왔다”고 했다. 마무리 훈련이자 내년 시즌 구상과 각오를 다지는 시간을 갖겠다고 했다.

인천은 올해도 피를 말렸다. 시즌 막판이면 늘 생존을 걱정했던 인천은 이번에도 최종전에서 살아남았다. 위기의 순간 지휘봉을 넘겨받은 조 감독의 역할이 컸다. 8월 초 15라운드부터 맡아 13경기 동안 7승을 챙겼다. 그 덕분에 인천은 1부에 잔류했다. 조 감독은 “모든 구성원들이 만든 결과물이다. 소기의 목적을 달성해 다행”이라며 웃었다.

제주 유나이티드에서 4년여 동안 벤치를 지켰던 조 감독은 당시 경험을 통해 ‘감독이 먼저 지치면 안 된다’는 것을 실감했다. 지도자가 지치면 준비에 집중할 수 없어 경기를 망친다고 확신했다. 15연패의 수렁에 빠진 인천을 구하기 위해선 감독이 버텨야 한다고 스스로 다짐했다. 그는 “인천에 오면서 어떠한 상황이 오더라도 지치지 않겠다고 다짐했는데, 3개월 동안 절실한 심정으로 잘 버텼다”고 되돌아봤다.

가장 힘들었던 순간을 묻자 그는 “파이널라운드에서 연패 당했을 때”라고 했다. 파이널라운드는 상·하위 그룹으로 나눠 팀당 5경기를 치른다. 인천은 첫 경기에서 성남FC에 6-0으로 이겨 파란을 일으켰다. 하지만 수원 삼성(0-1 패·24라운드) 강원FC(1-3 패·25라운드)에 연패를 당하며 또 다시 강등 위기에 처했다. 조 감독은 “전략의 실패”라고 인정했다. 승점을 따기 위한 경기를 했어야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그는 “승점 1점과 패배를 비슷한 상황이라고 오판했다”면서 “수비적인 경기를 못한 게 아쉬웠다”고 털어놓았다.

최고의 순간으로는 26라운드 부산 아이파크전을 꼽았다. 경기를 앞두고 꼴찌 인천은 지면곧바로 강등이고, 부산은 비기기만 해도 잔류가 확정되는 상황이었다. 조 감독은 “연패 이후에 1주일 동안 각종 시뮬레이션을 돌려가며 치밀하게 준비했다. 특히 무관중에서 유관중으로 바뀌는 경기였는데, 팬들 앞에서 강등 당하고 싶지는 않았다”며 당시의 절박한 상황을 떠올렸다. 인천은 선제골을 허용했지만 후반 김대중과 정동윤의 연속골로 2-1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고 잔류의 발판을 마련했다.

조 감독은 팬들의 열정에 감사를 전했다. 그는 “인천 팬들은 정말 열정적이다. 이런 팬들 덕분에 팀이 살아간다. 또 감독이나 선수들에게 큰 힘이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잘 할 때는 응원을 보내주고, 잘못할 때는 따끔한 질책을 해주는데, 그게 다 애정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라면서 “내년 시즌에도 팬들의 열정을 기대 한다”고 당부했다.

내년 시즌 목표에 대해 크게 2가지를 얘기했다. 재미난 공격축구와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출전권 확보다. 그는 “올해 인천은 점유율을 확보하지 못한 채 수비 축구를 하면서 체력 소모가 컸다”고 진단한 뒤 “내년은 다를 것이다. 팬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재미난 공격축구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목표는 현실성이 있으면서도 더 높게 잡는 게 좋다. 6강이 겨루는 상위 스플릿이 아니라 ACL 출전권에 맞추고 있다. 그걸 향해서 열심히 달려가겠다”고 다짐했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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