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베이스볼] 통역에서 선수로…두산 안찬호의 자신감은 147㎞보다 흘린 땀

입력 2020-12-18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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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기차게 두드린 끝에 프로선수의 꿈을 이뤘다. KT 통역으로 활동하고, 사회복무요원을 거쳐 독립야구단에 몸담았던 두산 투수 안찬호는 독특한 이력이 아닌 실력으로 인정받겠다는 의지다. 사진제공|안찬호

통역으로는 만점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세 살 때부터 고교 시절까지 미국에서 보냈으니 영어 구사는 현지인 수준이다. 여기에 리틀야구 때부터 고교까지 야구를 했으니 단순히 영어가 아닌 야구영어 활용까지 능통하다. 하지만 미국 현지에서도 유망주로 평가받던 이에게 최상위 레벨의 선수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기회는 오히려 야구에 대한 갈증을 키웠다. 그렇게 안찬호(27·두산 베어스)는 다시 프로의 문을 두드렸고, 마침내 길이 열렸다.

3세 때 미국 이민을 떠난 안찬호는 투수로 리틀야구를 시작했다. 캘리포니아주 대표선수로 뽑히는 영예도 누렸다. 고교 졸업 후 한국으로 돌아왔고, 청주고~경희대를 거치며 프로 지명을 노렸다. 결과는 낙방. 그는 2017시즌을 앞두고 KT 위즈 통역으로 계약했다. 라이언 피어밴드와 1년을 보내며 다시금 야구에 대한 의욕이 커졌다. 피어밴드가 캐치볼 파트너로 그를 지명하는 등 야구에 대한 영역도 인정받았다.

안찬호는 “피어밴드에게 원 포인트 레슨을 받은 느낌이었다. 피어밴드도 선수 복귀를 추천했다”고 밝혔다. 2017시즌이 끝난 뒤 안찬호는 다시 선수에 도전했다. KT에서도 특급 통역을 놓친 아쉬움을 숨기지 않았다.

2018년 4월부터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했지만, 운동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특히 벌크업에 초점을 맞췄다. 보디빌딩을 하는 지인들을 수소문해 몸을 불렸다. 복무 당시 오후 6시에 퇴근하면 바로 헬스장으로 향했고, 3시간 동안 운동했다. 이어 실내연습장에서 러닝을 소화하고 보강운동과 투구를 했다. 자정이 돼야 집으로 돌아오는 루틴이 2년 내내 이어졌다. 성과는 확실했다. 안찬호는 11월 두산 입단 테스트를 진행했는데, 최고 147㎞의 속구로 눈길을 끌었다. 지금도 경기도 이천 베어스파크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체력강화에 매진하고 있다.

안찬호는 2020년 독립야구단 파주 챌린저스에서 뛰었다. 23경기에서 90.2이닝을 던지며 팀 내 최다 이닝을 소화했다. 7승3패1세이브1홀드, 평균자책점 3.78의 성적을 거뒀다. 독립리그 수준이지만 93삼진·63볼넷의 안정적 제구도 주목받았다. 파주 챌린저스 관계자는 “(안)찬호는 입대 전날까지도 운동을 했다. 그리고 복무하는 2년간 꾸준히 구단에 자신의 몸 상태를 보내왔다. 이런 근성을 높이 산다”고 칭찬했다. 안찬호도 “파주 챌린저스에서 보낸 시간 덕에 경기운영의 노하우나 요령을 얻었다. 덕분에 야구선수가 됐다”며 고마움을 감추지 않았다.

최고 147㎞의 속구에 탄탄한 제격까지 갖췄다는 평가다. 하지만 그가 믿는 것은 스스로 흘린 땀의 양이다. 이제는 독특한 이력이 아닌 마운드 위에서 한 명의 투수로 평가받겠다는 자신도 있다. 안찬호는 “열정만큼 자신도 있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결코 소홀히 하지 않고 확실히 눈도장을 찍겠다”는 말로 인터뷰를 마쳤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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