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발리볼] 대반전 우리카드를 상징하는 하승우-하현용-알렉스

입력 2020-12-18 08: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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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카드 하승우-하현용-알렉스(왼쪽부터). 스포츠동아DB

디펜딩 챔피언 우리카드가 정상으로 되돌아가고 있다. 1라운드 2승4패로 부진했던 출발을 딛고 18일 현재 7승8패, 승점 23(4위)으로 선두권에 다가섰다. 당초 주전으로 낙점 받았던 세터 하승우가 흔들리고, 시즌 준비과정에서 부상을 당한 외국인선수 알렉스의 몸 상태가 100%가 아닌 가운데 토종 거포 나경복마저 부상을 당하자 “이번 시즌은 어렵겠다”는 말들이 나돌던 차에 극적인 반전이다.

변화의 시발점은 하승우다. 흔들렸던 자신감을 되찾으며 잠재력이 터지자 이전과는 전혀 다른 팀이 됐다. 시야가 넓어진 세터가 경기를 편하게 풀어가면서 우리카드는 많은 좋은 변화도 만들어냈다. 이 가운데 요즘 가장 뜨거운 선수도 등장했다. 센터 하현용이다. 4승1패를 기록한 최근 5경기에서 속공으로만 27득점을 했다. 공격성공률은 56%다. 48번의 속공 중 블로킹에는 딱 한 번 걸렸다. 갈수록 자신감을 채워가는 하승우가 리시브 이후 세트플레이는 물론이고 디그 이후 반격 때도 속공을 시도하면서 하현용이 더욱 빛났다. 38세의 적지 않은 나이지만, 빼어난 체공능력으로 공중을 지배하고 있다. 하승우와 동시에 움직이면서 농구의 픽&롤처럼 다양한 속공을 구사하자 상대 블로커들은 부담스러워한다.

V리그 원년 멤버인 하현용은 꾸준함과 성실함의 상징이다. 그는 4일 삼성화재전에서 V리그 10번째인 개인통산 3000득점도 달성했다. 센터들 중 이선규(3255점)에 이은 2번째다. 게다가 3000득점을 넘어선 선수들 중 신인지명 순서가 가장 낮다. 하현용은 2005년 신인드래프트 3라운드 1순위로 뽑혀 역대 최하위 순번 신인왕 기록도 세웠다. 그해 입단한 선수들 중 아직 현역인 2명 가운데 한 명이다. 비록 시작은 미미했지만, 땀과 노력 여하에 따라선 끝이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우리카드 상승세의 변곡점은 알렉스의 역할 변경이었다. 1일 KB손해보험전 때부터 라이트로 포지션을 바꾸며 기대이상의 성과를 선물했다. 알렉스는 리시브 부담에서 벗어나 공격에 전념하자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해결사 본능도 표출했다. 하승우가 공 끝을 세워서 올려주는 백패스가 알렉스의 빠른 스윙과 잘 어우러지면서 공격성공률은 무려 60%(203공격, 121득점)까지 치솟았다.

신영철 감독은 토종 거포 나경복을 라이트에 두고 알렉스의 리시브 능력과 배구 센스를 이용한 공격을 구상했지만, 나경복의 부상 공백이 발생하자 플랜B로 발 빠르게 전환했다. 나경복이 복귀한 뒤 처음 치른 16일 OK금융그룹전 때도 레프트 나경복-라이트 알렉스의 포메이션으로 승리를 만들어냈다. 신 감독은 “처음 시즌 구상의 실패를 인정하고 변화를 줬는데 좋은 결과가 나왔다. 열심히 해주는 선수들이 고맙다. 내가 아니더라도 팀의 미래를 위해 지금 튼튼한 기틀을 다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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