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자리 버틴 김혜성, 키움 화수분이 믿는 고정 효과

입력 2021-01-04 1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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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김혜성. 스포츠동아DB

2000년대 KBO리그의 화수분이 두산 베어스였다면 2010년대는 키움 히어로즈가 배턴을 이어받았다. 동시다발적으로 에이스와 4번타자가 이탈해도, 팀의 척추가 빠져도 어떻게든 그 자리를 메우는 선수들이 나타났다. 김하성(26·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이 이탈해도 키움이 마냥 무너질 것으로 예상하는 이는 많지 않다. 김혜성(22)을 비롯한 ‘다음 세대’의 존재 때문이다.


키움은 KBO리그에서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에 가장 적극적인 팀이다. 2015년 강정호(당시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2016년 박병호(당시 미네소타 트윈스)에 이어 2021년 김하성까지 ‘수출’에 성공했다. 역대 KBO리그에서 포스팅 시스템으로 미국 메이저리그(ML)에 진출한 것은 키움 출신 3명에 2013년 류현진(당시 LA 다저스), 2020년 김광현(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등 총 5명이다. ‘한국인 메이저리거는 키움이 키움’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이유다.


구단 전체가 오픈 마인드다. 2020시즌 도중 지휘봉을 잡은 김창현 감독대행은 김하성을 향한 미국 매체들의 보도가 연일 나오는 것에 대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사실 핵심선수가 미국에 가면 일반적으로 손해라고 생각한다. 팀의 전력 마이너스를 생각 안 할 수 없다”고 덧붙인 바 있다.


차이는 여기서 발생한다. 키움은 당장의 선수 이탈로 인한 마이너스보다 무형의 플러스 요소를 생각한다. 김 대행은 “2군에서 좋은 시스템 아래 준비하는 선수가 많다. 그들에게 당장 기회가 주어진다. 또 ‘우리 팀은 야구를 잘하면 ML 진출을 허용한다’는 동기부여까지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포스팅 시스템을 통한 이적료에 이 같은 무형의 가치가 더해지니 선수 영입을 막을 이유가 없다. 또 포스팅 시스템으로 떠난 선수가 복귀할 경우 4년간 보류권을 갖게 된다.


이 모든 장점을 온전히 누리기 위해선 결국 이탈한 선수의 대체재가 활약해야 한다는 전제가 필수다. 강정호의 자리를 김하성이 채웠듯, 김하성의 자리에는 김혜성이 1순위 후보로 꼽힌다. 김혜성은 지난해 142경기에서 타율 0.285, OPS(출루율+장타율) 0.744를 기록했다.


주목할 것은 수비 이닝이다. 김혜성은 2020시즌 2루수와 유격수, 좌익수를 고르게 맡았다. 2루수로 441.2이닝, 유격수로 322이닝, 3루수로 58이닝, 좌익수로 291.2이닝을 책임졌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2루수-유격수로는 자질을 인정받았지만 외야수는 처음이었다. 이리저리 오가면서도 리그 평균 수준만큼의 타격 생산력은 보여줬으니, 한 자리에 고정된다면 이보다 더 순도 높은 공격력을 기대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처음부터 ML행이 예견되는 선수는 없다. 강정호도, 박병호도, 김하성도 그랬다. 김혜성 또한 동기부여를 현실로 만들 차례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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