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2년차를 맞은 허삼영 삼성 감독은 올 시즌 어떤 성과를 보여줄 수 있을까. 이번 스토브리그 동안 순조롭게 전력을 보강한 만큼 기대가 크다. 왕조 시절 삼성의 최대 강점이었던 불펜의 위력까지 되살릴 수 있다면 목표 달성은 한결 수월해질 수 있다. 스포츠동아DB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먼저 두산 베어스에서 FA가 된 오재일을 4년 최대 50억 원에 잡았다. 타선의 좌우 밸런스를 맞추고, 펜스거리가 짧은 홈구장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의 이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선택이었다. 1루 수비도 한결 탄탄해졌다. 이어 내부 FA 내야수 이원석(2+1년 최대 20억 원), 우완 사이드암 투수 우규민(1+1년 최대 10억 원)도 잔류시켰다. 박계범(두산)의 보상선수 이적과 권오준의 은퇴를 고려해도 전력누수는 적다.
지난해 에이스 역할을 한 데이비드 뷰캐넌과 벤 라이블리, 새 외국인타자 호세 피렐라 등 외국인선수 3명과도 일찌감치 계약했다. 트레이드와 방출선수 영입 등의 가능성이 남아있지만, 큰 틀에선 선수구성에 따른 고민은 줄었다. 온전히 2021시즌 구상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됐다는 의미다.
일단 타선은 확실히 강화됐다. 박해민, 김상수가 테이블세터로 포진한다. 구자욱, 오재일, 김동엽, 피렐라, 강민호, 이원석은 어떤 타순에 들어가도 경쟁력이 충분하다. 2019시즌 주전 유격수를 맡았던 이학주가 살아나면 그야말로 쉬어갈 곳 없는 타선이 완성된다. 선발진도 뷰캐넌과 라이블리가 중심을 잡고, 지난해 11승을 거둔 최채흥과 3년차 원태인이 풀타임을 소화할 수 있다면 부담은 확 줄어든다.
관건은 불펜이다. 삼성 불펜은 지난해 6월까지 평균자책점(ERA) 2위(2.42)의 강력함을 자랑했지만, 7월 이후에는 ERA 6.01로 무너졌다. 결국 시즌 불펜 ERA도 8위(5.47)에 그치며 아쉬움을 남겼다. 한 시즌의 절반인 72경기에서 3점차 이내의 박빙승부를 펼친 탓에 불펜의 소모가 늘었고, 시즌을 치를수록 이에 따른 체력부담도 커졌다. 삼성 허삼영 감독은 “불펜투수들의 체력 한계가 2~3주 정도 빨리 왔다”고 인정하며 컨디셔닝을 위한 훈련방법의 변화를 시사하기도 했다. 풀타임을 완주하기 위해선 오프시즌부터 컨디션을 조절해 리듬을 맞추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등판 간격이 일정치 않은 불펜이라면 더욱 그렇다.
자원은 충분하다. ‘끝판대장’ 오승환과 베테랑 우규민을 비롯해 심창민, 최지광, 김윤수, 임현준, 김대우 등 언제든 출격 가능한 투수들이 버티고 있다. 잠시 부진했던 장필준도 부활 의지가 강하다. 2020시즌의 아픔을 이겨내고 성공을 거둔다면 왕조 시절 자랑했던 불펜 왕국을 구축하는 것도 꿈이 아니다. 2021시즌 삼성 불펜의 모습이 벌써부터 궁금하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