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최불암 “내 마지막 한끼 고른다면 당연히 아내의 묵은지 찜”

입력 2021-01-07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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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자 최불암은 7일 KBS 1TV 교양프로그램 ‘한국인의 밥상’ 10주년을 맞아 “따뜻한 밥 한 끼를 차려준 사람들의 마음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사진제공|KBS

KBS 1TV ‘한국인의 밥상’ 진행 10주년 맞은 국민배우 최불암

“한국인의 역사와 정체성 담긴 밥상
놀라운 힘 찾아 10년간 지구 9바퀴
여든 넘도록 활동…원동력은 아내
대중에게 평생 받은 사랑 그저 감사”
최불암(최영한·81). 이름 석 자 말고는 다른 수식어가 필요 없다. 54년째 안방극장을 누비며 ‘국민 배우’의 자리를 지켰다. 그의 인상과 닮은 푸근하고 따뜻한 연기로 시청자와 소통한 덕분이다.

‘아버지’처럼 소탈하게 건네는 위로의 한 마디는 연기로 그치지 않았다. 2011 년 1월6일 시작한 KBS 1TV 교양프로그램 ‘한국인의 밥상’을 10년째 진행하고 있다. 밥상에 얽힌 우리네 삶을 더 가까이 들여다보고 싶어 국내외 1400여 곳을 돌았다. 그렇게 이동한 거리만 35만km. 지구 9바퀴에 달한다.

아무리 험지라도 “그래도 내가 가야지”하며 묵묵히 짐을 싼다. 10년간 눈으로 확인한 “밥상이 가진 놀라운 힘”을 알아서다. 그의 열정은 제작진도 못 말린다.

7일 10주년 특집 방송에 앞서 서면으로 만난 최불암은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한국인의 밥상’만은 그대로인 것 같다”며 프로그램을 향한 진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사진제공|KBS



“밥이란 생명…우리의 정체성이기도”
음식과 맺은 인연은 오래됐다. 2008년 SBS 드라마 ‘식객’에서 한식의 대가 오숙수를 연기하며 요리 공부를 시작했다. 스스로도 “그 드라마가 ‘한국인의 밥상’과 만나게 된 계기가 아니었나 싶다”고 돌이켰다. 10여 년간 연기와 교양프로그램을 넘나들며 음식을 들여다보니 이제 “음식전문가가 다 됐다”고 말했다.

“음식이란 건 생명이죠. 자동차에 휘발유가 없으면 못 가는 것과 마찬가지잖아요. 생명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는 게 얼마나 귀중한 시간입니까. 감사하죠. 동시에 밥상은 곧 우리의 정체성이기도 합니다. 일제 강점기 당시 독립 운동가들도 우리 밥상을 지켜냈어요. 해외 동포들도 자신들의 뿌리를 잊지 않고 우리 음식을 해 먹습니다. 참 놀라운 힘입니다.”

전국 곳곳을 돌며 8000여 가지가 넘는 음식을 선보였다. 밥상을 가운데 두고 이웃들과 따스한 정을 나누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가는 길마다 추억이 쌓였다. “남원에서 만난 어르신이 ‘줄 게 없다’며 산초를 싸서 주던 따뜻함”도 여태 또렷하다.

“우리 밥상은 참 남달라요. 대부분 가난에서 온 창조적 밥상입니다. 어려웠던 시절 어머니들이 가족을 먹이기 위해 궁핍한 식재료를 가지고 지혜를 짜내 만든 것들이에요. 밥상들을 받을 때 마다 이 나라가 존재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이런 어머니들의 지혜 덕분 아닌가 생각합니다.”

사진제공|KBS


“내 영원한 원동력, 아내”
올해로 결혼 51년차이지만, 최불암의 ‘1번’은 여전히 아내이자 연기자 김민자(79)이다. 요즘에도 “집에 돌아오기 전에는 전화나 문자로 항상 연락”할 정도로 애틋하다. 바쁘게 연기하며 “촬영 때문에 1박2일 집을 비우기 일쑤여서 아내에게 늘 미안했다”고 말했다.

“나이 80이 넘어서까지 활동할 수 있는 원동력은 모두 아내 덕분이죠. 만약 제게 단 한 끼의 음식만이 남았다고 한다면, 망설임 없이 선택할 음식도 바로 아내가 해준 총각무 묵은지 찜입니다. 장모님 고향이 충청도인데 아마도 아내가 어릴 적 먹었던 음식인 듯합니다. 아내가 음식 간을 참 잘 맞춰요. 집에서 음식을 먹을 때에도 ‘무엇으로 보답하지’란 생각밖에 안 들어요.”

아내와 이웃, 더 넓게는 대중으로부터 평생 사랑 받아 “그저 감사”하다.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서 고군분투하는 2030 세대 사람들에게 그 ‘따뜻함’을 나누고 싶어 남긴 한 마디는 바로 “사바”이다.

“불교에서는 인간이 사는 세계를 ‘사바’세계라고 한답니다. 참고 견딘다는 뜻이라고 그래요. 저는 우리 민족이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잘 참고 견뎌왔기 때문에 오늘 이 시간까지 올 수 있었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사바’라는 말을 해주고 싶습니다.”

배우 최불암

▲ 1940년 6월 15일생
▲ 1967년 KBS 드라마 ‘수양대군’으로 데뷔
▲ 1971년 MBC ‘수사반장’
▲ 1980년 MBC ‘전원일기’
▲ 1980년 영화 ‘바람 불어 좋은 날’
▲ 2004년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은관문화훈장
▲ 2008년 SBS ‘식객’
▲ 2014년 SBS ‘기분 좋은 날’까지 약 70여 편의 영화·드라마에 출연

유지혜 기자 yjh030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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