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발리볼] 필요와 발명이 만든 한국전력의 ‘만화배구’

입력 2021-01-19 1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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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스포츠동아DB

토머스 에디슨은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2020~2021시즌 V리그 남자부 한국전력의 행보를 보면 그 말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개막 7연패 후 2번의 대형 트레이드로 대반전의 실마리를 푼 한국전력은 3라운드 도중 새로운 문제를 만났다. 라이트 박철우~레프트 러셀~센터 신영석~세터 황동일의 새로운 조합으로 5연승을 이어갔지만 약점이 노출됐다. 러셀의 리시브였다. 상대가 이를 집요하게 파고드는 게 보였다. 리베로 오재성과 레프트 이시몬이 러셀의 리시브 범위를 좁혀주며 버텨봤지만 한계가 있었다.


19일 현재 러셀은 297번의 리시브 중 세터의 머리 위로 제대로 올린 게 66번, 성공률 22%에 불과하다. 598개의 서브를 받은 이시몬의 52%, 477개의 서브를 받은 오재성의 51%에 비해 절반도 되지 않는다.


상대팀은 러셀의 5번 자리로 서브를 넣어 속공과 파이프공격 가능성을 떨어트린 뒤 박철우에게 향하는 2단 연결은 블로킹으로 차단하려고 했다. 어쩔 수 없이 오픈공격이 많아지자 박철우의 공격도 삐걱거렸다. 공격성공률이 처음으로 50% 아래로 떨어졌다.


한국전력 장병철 감독은 고심 끝에 해법을 찾았다. 필요에서 탄생한 것이 센터의 리시브 가담이었다. 지난달 25일 삼성화재와 3라운드 경기 때 등장했다. 5번 자리에 서브폭탄을 집중시킨 삼성화재의 의도를 새 포메이션으로 차단했다.


센터가 리시브에 가담하고, 쌍포 러셀과 박철우가 좌우에서 공격력을 높이는 시스템은 3연승을 포함해 4경기 연속 승점 획득을 통해 성공 가능성을 보여줬다. 마침 한국전력에는 신영석과 레프트 출신 안요한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신영석은 현대캐피탈 시절 문성민의 부담을 덜어주려고 리시브에 가담했던 적이 있다.


이렇게 탄생한 한국전력의 만화 같은 배구는 최근 새로운 도전을 만났다. 17일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이 이 포메이션의 약점을 파고들었다. 이날 현대캐피탈은 센터 안요한에게 서브폭탄을 투입해 속공 가능성을 낮추는 등 한국전력의 공격을 단순하게 만들었다. 예측 가능한 오픈공격 상황으로 유도한 뒤 블로킹으로 주도권을 잡았다. 한국전력이 무려 17개의 블로킹을 허용하고 팀 공격성공률이 39%에 그친 것은 박철우와 러셀의 컨디션이 좋지 못했던 이유도 있지만, 현대캐피탈의 노림수가 통해서였다.


이제 장 감독은 다른 해법을 고민하고 있다. 일단 3개의 공격플랜을 구상 중이다. 1번은 현 시스템을 유지하면서 플레이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다. 2번은 레프트에게 리시브를 전담시키고, 박철우와 러셀 중 한 명을 라이트로 고정해 속공을 살리는 것이다. 3번은 박철우와 리시브에 가담할 공재학을 상황에 따라 교체해주는 것이다. 각기 장단점은 있다. 경기 흐름과 상대팀의 서브 강도를 살펴가며 선택하면 된다.


장 감독은 “러셀의 리시브가 흔들려서 퍼즐이 완벽하진 않지만 다양한 방법을 찾다보니 도전의식도 생긴다. 훌륭한 토종선수들이 있기에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볼 수 있다. 그동안 잘 해온 우리 선수들이 앞으로도 잘 버텨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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