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조선-MBN ‘예능 포맷 분쟁’…전문가들의 시선

입력 2021-01-22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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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트 예능을 둘러싸고 방송사간 쌍방 소송이 번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법적으로 표절 여부를 따지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베꼈다”고 주장하는 TV조선 ‘내일은 미스터트롯’(왼쪽)과 MBN ‘보이스트롯’. 사진제공|TV조선·MBN

조상규 변호사 “경연 포맷은 공공의 영역…유사성 입증 어렵다”

김경숙 교수 “도의적 책임 묻는 것”
이문행 교수 “아류작 편성에 경종”
‘미스트롯’ 등 트로트 프로그램을 방영해온 TV조선이 최근 “자사 포맷을 도용했다”며 ‘보이스퀸’ 등을 방송한 MBN에 소송을 제기해 파장이 커지고 있다. TV조선은 19일 “MBN이 ‘미스트롯’과 ‘미스터트롯’ 포맷을 도용해 2019년 11월 ‘보이스퀸’, 2020년 7월 ‘보이스트롯’을 방송했고, 현재는 ‘신청곡을 불러드립니다-사랑의 콜센타’를 도용한 ‘트롯파이터’를 방영 중”이라고 주장하며 MBN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다. 이에 MBN은 “TV조선의 트로트 관련 프로그램들과 전혀 무관하다”며 반박하고 나섰다. TV조선에 대한 법적 대응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트로트 예능프로그램이 우후죽순 생겨나는 상황에서 급기야 ‘원조 싸움’이 벌어진 셈이다. 이는 방송 사상 전례가 없는 일로 방송가 안팎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방송 관계자들과 법률전문가들의 시선을 따라 향후 추이를 전망한다.

“‘실질적 유사성’ 따지기 쉽지 않다”
대부분 전문가는 “법적으로 시시비비를 가리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공숙 안동대 한국문화산업전문대학원 융합콘텐츠학과 교수는 21일 “저작권법상 방송프로그램의 포맷 표절 여부는 우선 아이디어와 콘셉트를 기준으로 들여다보고, 대본과 캐릭터·이야기 구조 결합 등을 2차적으로 고려한다”면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실질적 유사성’인데 이를 법에 근거해 세세하게 입증하기가 상당히 까다롭다”고 밝혔다. 조상규 변호사도 “경연 등 기본적 포맷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공공의 영역’에 포함될 수 있고, 소재와 주제가 비슷하더라도 대사나 출연자 등 세부사항이 다르면 표절 여부를 따지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반면 김경숙 상명대 저작권보호학과 교수는 “이번 사태는 제작진의 도의적 책임을 묻는 성격이 더 짙다”고 말했다. 다만 “2017년 11월 대법원이 예능프로그램 포맷도 다른 프로그램과 구별되는 창작적 개성을 가지고 있어 저작권법상 보호대상인 저작물로 판단한 사례가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대법원은 당시 SBS 예능프로그램 ‘짝’을 패러디한 온라인 게임광고와 관련해 SBS 측이 게임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남녀가 이성을 찾는 ‘짝’의 기본 구조와 핵심 요소가 담겨 유사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저작권법보다 한 업체가 상업적으로 구축해놓은 신뢰할 만한 부분을 보호하는 부정경쟁방지법 적용 문제가 쟁점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짚었다.

“예능프로그램 포맷의 관행적 변화도”
이번 사태가 방송가에 일정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란 시선도 나온다.

이문행 수원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예능프로그램 특성상 익숙한 것을 좋아하는 대중의 성향이 반영돼 아류작이 많이 나올 수밖에 없다”며 “이를 관행으로 여기는 분위기에 경종을 울리는 차원으로는 의미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앞으로 중국 등 해외 제작진의 표절 논란 등 한국 방송프로그램 포맷 보호와 관련해 프라파(FRAPA·독일에 본부를 둔 포맷 등록 및 인증기구)에 등록하는 등 선제적 조치를 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TV조선이 소송을 제기한 것은 트로트 프로그램 인기를 선점한 상황을 강조하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소송의 승패보다 그 과정에 더 상징적인 의미를 둔 행보”라며 “최근 트로트 프로그램이 잇따라 나오면서 높아가는 시청자 피로도의 책임 소재도 분명히 하겠다는 것”이라고 봤다.

유지혜 기자 yjh030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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