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SBS 드라마 ‘날아라 개천용’을 끝낸 연기자 정웅인은 뒤이어 미국 애플TV플러스의 ‘파친코’ 촬영을 위해 해외로 날아간다. 연기 생활 25년에도 여전히 새로움에 대한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제공|저스트엔터테인먼트
악역 레전드→미드 진출…SBS ‘날아라 개천용’ 마친 정웅인의 스펙터클 25년
‘날아라 개천용’서 권력형 검사 소화
‘파친코’로 첫 해외진출·OTT 도전
“캐릭터보단 함께한 감독들 생각 나
연기 원동력은 가족…큰 동기부여”
연기자 정웅인(50)은 연기 한 지 올해로 꼭 25년이 됐다. 그저 “연기자로서 다양한 과제를 받으며 살았을 뿐”인데, 어느새 이름 석 자를 대중의 뇌리에 깊게 새겨 넣었다. 대표작만 봐도 그렇다. 까불이 웅인이(세친구), “죽일 거다” 한 마디면 설명이 끝나는 희대의 살인마 민준국(너의 목소리가 들려), 툴툴대지만 심성은 따뜻한 교도관 팽 부장(슬기로운 감빵생활)까지. 개성 만점 캐릭터가 이력에 차곡차곡 쌓였다. ‘날아라 개천용’서 권력형 검사 소화
‘파친코’로 첫 해외진출·OTT 도전
“캐릭터보단 함께한 감독들 생각 나
연기 원동력은 가족…큰 동기부여”
그렇게 맞이한 새해, 여느 때처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23일 종영한 SBS 금토드라마 ‘날아라 개천용’에서 권력형 부부장 검사로 등장해 주인공 권상우·정우성과 내내 엎치락뒤치락했다. 직후 쉴 틈도 없이 미국 OTT(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애플TV플러스가 제작하는 드라마 ‘파친코’(Pachinko) 촬영 준비에 나섰다.
26일 서면으로 만난 정웅인은 “다양한 경험을 쌓고, 새로운 도전의 발판을 만들었다는 생각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 드라마를 끝낸 소감이 어떤가.
“늘 무슨 일을 하기 전에 ‘무사히 끝나길 바랍니다’ ‘무탈하게 마치고 싶습니다’고 하잖아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도 그렇고, 요즘 그 간절함이 더욱 커졌어요. 그야말로 잘 마무리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죠.”
- 25년 동안 다양한 캐릭터를 맡았다. ‘터닝 포인트’를 꼽자면?
“사실 다 소중하고 기억에 남는데…. 2000년 MBC 시트콤 ‘세친구’의 웅인이로 사랑을 참 많이 받긴 했어요. 25년 해보니까 캐릭터보다는 사람이 기억에 많이 남네요. 장항준 감독이 특히 그래요. 장 감독이 저를 데뷔시켰거든요. 1998년 SBS ‘순풍산부인과’에 캐스팅해주신 김병욱 감독님도 기억에 남아요. 덕분에 연기를 시작할 수 있었어요.”
장항준 감독은 데뷔작 ‘천일야화’의 연출자인 김병욱 PD에게 정웅인을 추천했다. 서울예술전문대(현 서울예대) 89학번 동기인 두 사람은 장진 감독, 연기자 장현성 등과 함께 학교에 다녔다. 끼가 넘치는 동기와 선후배 사이에서 보낸 대학 시절이 그에게는 “자극제”가 됐다.
배우 정웅인. 사진제공|저스트엔터테인먼트
- 연기를 시작했을 무렵에는 지금의 모습을 상상할 수 없었을 것 같다.
“처음 대학에 갔을 때 학년당 120명이었어요. 그중 연기 전공이 70명 정도였고요. ‘이 안에서 잘 해낼 수 있을까’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기 바빴죠. 한 번쯤은 ‘먼 미래에는 어떤 모습일까’ 상상해본 적도 있었던 것 같아요.”
- 연기를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
“좋은 연기이죠. 어색하지 않게, 시청자의 감정이입을 잘 도울 수 있도록 늘 애쓴 것 같습니다. 문자로 표현된 감정을 실제 목소리나 표정으로 보여주는 과정은 고민이 상당히 많이 필요해요. 예전이나 지금이나 항상 노력해왔어요. 연기 갈증도 줄지 않아요. 새 캐릭터에 대한 도전을 늘 꿈꾸고 있습니다.”
목말라하던 새 도전이 이제 코앞으로 다가왔다. ‘파친코’로 데뷔 이후 처음으로 해외에 진출하게 됐다. 연기자 윤여정, 이민호 등이 함께 한다.
- ‘파친코’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하다.
“촬영을 위해 곧 출국해요. 제겐 정말로 새로운 도전이죠. 국내와 다른 제작·촬영환경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게 무척 설레요. 역할에 대해 아직 설명할 수가 없어 참 아쉽네요. 이민호·윤여정 선생님과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겁니다.”
그의 든든한 ‘응원군’은 세 딸이다. 2014년 MBC ‘아빠! 어디가?’에 출연할 당시 7살이었던 첫째 딸 세윤 양은 어느덧 중학생이 됐다. 엉뚱한 매력을 뽐내던 소윤·다윤 양은 올해 12살과 9살이다.
배우 정웅인. 사진제공|저스트엔터테인먼트
- 아직도 세 딸을 그리워하는 시청자가 많다.
“다들 많이 컸어요. 막내는 대본을 집으로 가져가면 대사를 맞춰주기도 해요. ‘날아라 개천용’의 제 캐릭터 이름을 형광펜으로 그어놓기도 하고요. 대사를 어떻게 외우고 표현하는지 물어보곤 해요. 연기하는 걸 보여주면 ‘역시 다르다’고 좋아하죠. 연기를 재미있어해요.”
- 어떤 아빠인가?
“아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게 좋은 부부 사이라고 생각해요. 아내에게 말 한마디라도 힘이 되어주려 노력하죠. 예전엔 무뚝뚝했는데 많이 배웠어요. 아이들이 그걸 보고 정서적인 안정감을 느끼는 것 같아요. 큰딸 세윤이에겐 미래에 대한 부담을 주지 않으려 해요. 아이 스스로가 충분히 느끼고 있다는 걸 알거든요. 그저 도시락 잘 싸주고, 잘하고 있다며 응원해주면 아이들은 거기에서 더 힘을 느끼는 것 같아요.”
- 연기의 원동력도 가족의 힘이겠다.
“결혼하기 전엔 ‘기왕 발을 들였으니 뭐라도 하자’는 느낌이 컸어요. 도전하는 마음이 생겼고요. 가족이 생기고 나니 확실히 달라졌어요. 모든 부모가 다 그렇듯, 뭘 해도 가족을 위해 하게 돼요. 다만 거기에서 나만의 목적을 생각하며 걸어가고 있습니다.”
배우 정웅인 프로필
▲ 1971년 1월20일생
▲ 1993년 서울예술전문대학 연극과 졸업
▲ 1996년 SBS ‘천일야화’로 데뷔
▲ 1999년 SBS ‘은실이’·연기대상 신인상
▲ 2000년 MBC ‘세 친구’
▲ 2001년 영화 ‘두사부일체’
▲ 2013년 SBS ‘너의 목소리가 들려’·연기대상 특별연기상
▲ 2014년 MBC 예능프로그램 ‘아빠! 어디가?’
▲ 2019년 JTBC ‘보좌관’·KBS 2TV ‘99억의 여자’ 등
유지혜 기자 yjh030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