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땐 낯을 가리긴 했는데…”
나승엽(19·롯데 자이언츠)은 지난해 가을 신인드래프트부터 지금까지 ‘뜨거운 감자’다. 미국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했지만 롯데는 과감히 2차 2라운드 지명권을 나승엽에게 할애했다. 이석환 대표이사의 과감한 결정이었다. 나승엽이 그대로 ML에 간다면 상위 지명권을 고스란히 날리는 셈이었다. 하지만 나승엽은 성민규 단장의 적극적인 구애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이 겹치며 롯데 유니폼을 입기로 결정했다.
롯데의 과감한 베팅은 곧 나승엽에 대한 기대치를 의미한다. 나승엽은 스프링캠프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3루와 외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자원. 아직 결정된 건 없지만 어느 쪽으로든 1군에서 요긴하게 쓰일 전망이다. 허문회 감독도 기대를 숨기지 않고 있다.
1일 사직구장에서 시작된 롯데 스프링캠프 첫날. 나승엽은 팀 훈련 시작 시간인 오전 11시보다 1시간 이른 10시쯤 출근했다. 이미 사직구장 라커룸과 실내연습장은 북새통이었다. 나승엽은 “선배들이 전부 미리 나와서 개인훈련 하는 걸 보고 딱 느꼈다. 나도 그렇게 안 하면 안 될 것 같았다. 최소 1시간 반 전에는 나와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대호, 전준우, 손아섭, 정훈 등 쟁쟁한 선배들과 함께 호흡하는 자체가 신기하다. 한동희와 함께 수비훈련을 하며 “수비를 정말 잘하신다. 되게 부드럽고 핸들링도 좋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한국 최고의 좌타자로 꼽히는 손아섭과 짝을 지어 웨이트 트레이닝을 한다는 점도 나승엽에게는 행운이다. 나승엽은 “프로에 와보니 모두 루틴대로 몸을 만드는 게 가장 큰 차이점 같다. 선배들은 확실히 큰 근육보다는 야구할 때 필요한 근육이 많은 것 같다”며 차이를 설명했다.
나승엽은 “질문을 많이 하는 스타일이다. 이것저것 여쭤보고 있다”고 밝혔다. 롯데 코치진과 선배들도 홀로 캠프에 합류한 막내에게 다양한 조언을 건네는 중이다. 나승엽에 따르면 코칭스태프들은 “절대 기죽으면 안 된다. 고등학교 때 했던 것처럼 똑같이 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는 바람을, 선배들은 “너무 무리하면 자칫 부상이 올 수도 있다”는 조언을 전했다.
등번호는 51번. 스즈키 이치로(은퇴), 이정후(키움 히어로즈) 등 ‘레전드급’ 좌타자들의 상징적인 숫자다. 나승엽은 “어릴 때부터 한번쯤 달아보고 싶던 번호였다. 주저 없이 골랐다”며 ‘롤 모델’인 이정후처럼 활약을 다짐했다.
나승엽은 캠프 내내 선배들에게 야구에 대한 크고 작은 궁금증들을 물어볼 참이다. 물론 캠프, 그리고 시즌에 돌입하면 시행착오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쌓인 경험치가 ‘슈퍼루키’ 나승엽을 얼마나 단단하게 만들 전망이다.
사직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