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골든글로브 후보에 오른 ‘미나리’…웬 외국어영화상 부문?

입력 2021-02-05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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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한국시간) 열리는 제78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의 외국어영화상 부문 후보에 오른 ‘미나리’의 한 장면. 4월 아카데미상 유력 후보로 꼽혀온 윤여정(가운데) 등 배우들은 연기상 부문 후보가 되지 못했다. 사진제공|판씨네마

미국 감독이 미국서 미국 자본으로 찍었는데…

언어만으로 외국어영화 분류, 인종차별 논란
美 영화전문 매체·뉴욕 타임스 등 강력 비판
윤여정 연기상 후보 제외도 “이해할 수 없어”
배우 윤여정·한예리·스티븐 연 등이 출연한 영화 ‘미나리’가 미국 골든글로브 최우수 외국어영화상 부문 후보에 올랐다. 하지만 윤여정 등 배우들과 작품이 연기상 등 주요 부문 후보가 되지 못하면서 골든글로브 주최 측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미나리’의 수상 여부가 또 다른 시선을 모으고 있다.

미국영화가 외국어영화상에?
‘미나리’는 미국 자본으로, 미국 제작사가, 현지 감독의 연출로 제작한 미국영화이다. 연출자는 한국계 정이삭 감독이다. 제작사는 브래드 피트가 이끄는 플랜B이며 배급사는 A24로, ‘문라이트’와 ‘노예 12년’ 등을 제작·배급하며 아카데미 작품상 등을 받았다.

그럼에도 ‘미나리’는 29일(이하 한국시간) 열리는 제78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의 외국어영화상 후보가 됐다. 1980년대 미국으로 이민을 떠난 한인가족의 힘겨운 일상을 그린 이야기로, 대부분 대사가 한국어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상을 주관하는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HFPA)는 각 작품 속 대사 비중의 절반 이상이 영어가 아닐 경우 외국어영화상 부문으로 분류하고, 작품상 부문 등에 올리지 않는다.

앞서 ‘미나리’는 지난해 선댄스 영화제를 비롯해 최근까지 59개의 다양한 영화상을 받으며 작품성을 인정받아왔다. 이에 HFPA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앞서 관련 분류 사실이 알려진 지난달 언어만을 기준 삼는 골든글로브의 규정이 ‘인종차별적’이라는 논란의 도마에 오른 바 있다. 특히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 감독의 2006년작 ‘바벨’과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2009년 작품 ‘바스터즈:거친 녀석들’이 영어 대사 비중이 적지만 골든글로브 작품상을 받거나 후보에 오른 전례에 비춰 “아메리칸 드림을 좇는 미국 이민자 가족의 이야기로, 가장 미국적인 영화”(감독 룰루 왕)라는 등 ‘미나리’를 옹호하며 골든글로브 측을 비난하는 시선이 이어졌다.

“골든글로브의 나쁜 선택” 비판은 수상 가능성을 키운다

그 연장선상에서 4일 버라이어티 등 영화전문 매체는 물론 뉴욕타임스와 LA타임스 등 현지 유력 일간지까지 골든글로브 측을 비판했다.

버라이어티는 ‘미나리’가 “미국영화임에도 외국어영화상 부문에서 경쟁하게 한 이상한 결정”이라고 썼다. 뉴욕타임스는 “미국인 감독이 미국에서 찍고, 미국 제작사가 제작비를 투입한 영화”라면서 HFPA의 결정이 “나쁜 선택이다” 규정했다.

특히 최근까지 현지 비평가협회상 등 20개 여우조연상으로 극찬을 받아온 윤여정을 비롯해 배우들이 연기상 후보에 오르지 못한 것에도 비난이 쏟아졌다. 윤여정을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 1순위로 꼽은 버라이어티는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도 “수십 개 비평가단체상을 받은 윤여정의 지명 제외는 골든글로브의 최대 실수”라고 밝혔다. 엔터테인먼트 위클리는 “여우조연상 유력 후보였던 윤여정이 조디 포스터의 전격적인 지명을 위해 빠졌다”고 주장하며 백인 중심의 보수적인 영화상 운용 관행을 간접 비난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나리’가 외국어영화상 트로피를 품에 안을지도 주목된다. ‘미나리’는 미국·프랑스 합작 ‘투 오브 어스’와 이탈리아의 ‘라이프 어헤드’, 덴마크의 ‘어나더 라운드’ 등 작품과 경합한다. 현지 찬사를 넘어 골든글로브 주요 후보에 오르지 못한 상황에 대한 잇단 비판은 ‘미나리’의 수상 가능성이 그만큼 높다는 것을 말해준다는 시선이 나온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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