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현재 V리그 남자부 선두를 질주하는 대한항공은 19승8패 승점55다. 2위 OK금융그룹, 3위 KB손해보험과의 승점 차이는 8이다. 시즌 36경기 가운데 이제 남은 것은 9경기다.
주전선수들의 집단부상과 같은 돌발 상황만 없다면 대한항공의 정규리그 1위는 뜰채에 담은 물고기와 같다. 외국인선수 비예나가 부상으로 빠진 가운데서도 꾸준히 승점을 저축한 결과다. 최근에는 대체외국인선수 요스바니까지 합류해 완전체로 가동하고 있다.
한때 맹렬하게 추격하던 KB손해보험이 외국인선수 케이타의 부상으로 주춤거리고 OK금융그룹도 추격할 여력이 많지 않아 보인다. 2번이나 맞대결에서 손안에 넣었던 승리를 내준 것이 OK금융그룹으로서는 뼈아팠다. 12월 23일 3라운드 5세트 14-11에서의 역전패와 6일 5라운드 때 먼저 2세트를 따내고도 리버스 스윕을 당한 것이 1위 결정의 전환점이었다.
KB손해보험과 OK금융그룹은 힘들게 1위를 노리기보다는 현재 순위를 지키는 것으로 시즌 전략을 수정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추격권에서 벗어난 대한항공은 봄 배구를 대비한 행보로 옮겨가려는 눈치다. 최근 산틸리 감독은 요스바니의 활용방안을 놓고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라이트와 레프트 겸용 요스바니를 어떻게 투입해야 팀의 전력이 극대화되는지 실전 테스트에서 찾아내려고 한다. 봄 배구 준비의 시작이다.
비예나의 공백을 잘 메워줬던 임동혁이 한 단계 올라선 만큼 남은 시즌 최적의 퍼즐을 맞춰야 한다. 리시브의 안정에 방점을 둔다면 레프트는 정지석~곽승석 조합이 더 효율적이다. 라이트는 상황에 따라 요스바니와 임동혁 가운데 선택하는 것이 첫 번째 옵션이다. 임동혁은 1~2라운드 40%대에 그쳤던 공격성공률이 3~4라운드 각각 54%, 53%로 상승세였다. 5라운드는 47%로 떨어졌다. 체력문제인지 요스바니의 등장으로 출전기회가 줄어들어서 그런 것인지 잘 판단해봐야 한다.
요스바니는 4경기에서 58%를 마크했다. 2018~2019시즌 OK저축은행 소속으로 55%, 2019~2020시즌 현대캐피탈 소속으로 2경기만 뛰었을 때 56%를 찍었다. 외국인선수에게 기대하는 50% 이상의 공격성공률은 가능하다. 다만 하루걸러 경기를 하는 봄 배구 때 상대의 집중마크를 뚫어낼 높이와 파괴력, 지속력이 있는지는 미지수다. 그런 상황에서 임동혁과 요스바니를 번갈아 쓰며 체력을 유지시켜주는 것이 좋은 대안일 수도 있다.
다행스럽게도 대한항공은 공격수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줄 세터 한선수가 있다. 이미 임동혁과는 충분히 손발을 맞춰봤다. 남은 시즌 한선수가 요스바니의 특성을 파악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 과정을 진행하면서 정규리그 1위 안정권에 도달하면 비 주전들에게도 충분한 출전기회를 주는 것이 대한항공이 꿈꾸는 시즌막판 운항계획이다. 그리고 이번 시즌 운항의 최종 기착지는 아직 한 번도 해보지 못한 통합우승이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