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호의 등번호 6번과 김기동 감독의 배려

입력 2021-02-09 1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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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스틸러스는 최근 선수단 등번호를 확정했다. 주장을 맡은 오범석은 예전 포항 시절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는 14번을 다시 한 번 사용하기로 했고, 올해 포항에 복귀한 신광훈도 과거 포항에서 달던 17번을 붙였다. 지난해 울산 현대 주장으로 뛰다가 이번에 포항 유니폼을 입은 신진호는 6번을 부여받았다. 이 6번에는 포항 김기동 감독의 배려가 숨어 있다.

포철공고~영남대 출신의 신진호와 김 감독은 선수로 한 시즌을 함께 보냈다. 김 감독이 현역에서 은퇴하던 2011시즌에 신진호는 데뷔했다. 김 감독은 자타공인 ‘성실’의 아이콘이었다. 1993년 유공(현 제주 유나이티드)에서 프로 데뷔한 뒤 10시즌을 뛰었고, 2003년 포항으로 이적한 뒤 2011시즌까지 통산 501경기에 출전했을 만큼 자기관리가 철저했다. 당시 김 감독의 등번호는 6번이었다. 은퇴한 뒤 이 6번은 신진호의 차지였다. 김 감독은 “등번호를 물려줄만한 자질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신진호는 2011시즌 6경기에 이어 이듬해 23경기, 2013년 20경기 등을 뛰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후 중동 임대를 다녀온 뒤인 2015년엔 6번 대신 4번을 달았다. 후배에게 6번을 비워둘 것을 신신당부를 했지만 기운 좋은 등번호를 가만두지 않았다. 신진호는 이후 FC서울~상주 상무~울산을 거친 뒤 이번 시즌 친정팀으로 돌아왔다.



울산과 계약 기간 1년이 남았던 신진호의 복귀는 김 감독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시야와 활동량, 패싱력 등을 고려하면 신진호는 포항에 꼭 필요한 존재다. 김 감독은 최영준(전북 현대)이 빠진 중원의 핵심 역할을 신진호가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진호도 마다하지 않았다. 평소 존경해온 김 감독의 요청을 거절할 수 없었다. 그는 “명분이 확실한 이적”이라고 강조했다.

김 감독은 등번호 6번을 다시 신진호에게 줬다. 팀을 위한 헌신적인 자세를 믿었기 때문이다. 신진호는 “감독님은 선수시절 튀는 것 없이 언제나 꾸준하셨고, 후배들의 귀감이 되셨다”면서 “6번이 그런 의미라고 생각한다. 좋은 경기력으로 보답 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창원 |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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