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포커스] SK이노베이션, 수조원 합의금 조율할까

입력 2021-02-15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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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LG와 ‘전기차 배터리 소송전’ 패배 후폭풍

리튬 배터리 10년간 美 수입 금지
조지아주 건설중인 공장 좌초 위기
바이든 대통령 거부권 행사 불투명
업계는 “SK, 합의 적극 나설 것” 전망
LG가 SK와의 ‘전기차 배터리 소송’에서 승소했다. 이에 따라 SK의 사업이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11일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관련 영업비밀침해 소송에서 “SK이노베이션의 일부 리튬이온 배터리 제품 미국 수입을 10년 간 금지한다”고 판결했다. 다만 포드와 폭스바겐에 한해 각각 4년, 2년의 유예 기간을 뒀다.

‘배터리 전쟁’으로 불리는 이번 소송전은 2019년 4월 LG화학(현 LG에너지솔루션)이 SK이노베이션을 영업비밀 침해로 ITC에 제소하면서 시작됐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자사 인력을 빼내 기술을 탈취했다고 주장했다. SK이노베이션은 같은해 9월 ITC에 특허침해 소송으로 맞불을 놨다.

약 2년에 걸친 소송전이 LG에너지솔루션의 완승으로 끝나면서, SK이노베이션의 사업에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무엇보다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배터리 공장이 좌초 위기에 처했다. SK이노베이션은 조지아주에 약 3조 원을 투자해 연간 43만 대 분량의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짓고 있다. 수입금지명령이 풀리지 않는 이상 공장 건설을 마무리하더라도, 영업을 계속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거부권 행사에 기대를 걸고 있다. 미국 대통령은 ITC 결정에 대해 심의 기간인 60일 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외신에 따르면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주 주지사는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ITC 분쟁 판정 결과를 뒤집어달라고 요구했다. SK이노베이션도 “남은 절차를 통해 안전성 높은 SK배터리와 SK이노베이션의 조지아 공장이 미국 정부가 강력히 추진 중인 친환경 자동차 산업에 필수적이며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동시에 양질의 일자리 수천개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 등 공공이익에 미치는 영향을 집중적으로 전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다만 2010년 이후 ITC에서 진행된 600여 건의 소송 중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경우가 1건에 불과하고, 영업비밀 침해 건의 경우 거부권을 행사한 적이 단 한건도 없다는 점에서 판결을 뒤집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합의라는 마지막 방법도 있다. 심의 기간인 60일 안에 합의하면 수입금지는 없던 일이 된다. 양사는 실제 소송전을 치르면서도 수차례 합의를 시도했다. 하지만 성과가 없었다. 합의금으로 LG에너지솔루션은 수 조 원을, SK이노베이션은 수 천 억 원을 제시하며 평행선을 달렸다. 업계에선 이번 판결로 SK이노베이션이 배상금 규모를 올리는 등 적극적으로 합의에 나설 것이라고 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제라도 지속적으로 소송 상황을 왜곡한 행위를 멈추고 ITC 최종 결정을 겸허히 받아들이며 이에 부합하는 제안을 해 하루라도 빨리 소송을 마무리하는데 적극 나설 것을 촉구한다”며 “침해된 영업비밀에 상응하고 주주와 투자자가 납득할 수 있는 합의안이 제시되지 않으면 국내외에서 진행 중인 소송에 단호하게 임하겠다”고 밝혔다.

김명근 기자 dionys@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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