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리, 골든글로브 최우수 외국어영화상…美 아카데미상 수상 희망 쐈다

입력 2021-03-02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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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나리’가 1일(한국시간) 미국 골든글로브 최우수 외국어영화상을 품에 안았다. 사진은 이날 골든글로브 공식 사이트에 오른 ‘미나리’의 수상 공지. 사진제공|판씨네마

4월 26일 열리는 아카데미상 시상식의 전초전
11일 英 아카데미서도 7개 부문 2차 후보 올라
“내가 기도했어(I prayed)! 기도했어!”

1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영화 ‘미나리’가 미국 골든글로브 최우수 외국어영화상 수상작으로 호명됐다. 연출자 정이삭 감독의 딸이 아빠의 품에 안기며 외쳤다. 감독은 상기된 표정으로 “딸이 영화를 만든 이유”라고 말했다. ‘미나리’가 작품성을 인정받는 순간이기도 했다. 이에 영화의 주역들은 4월 미국 아카데미상 후보 및 수상이라는 또 다른 희망을 갖게 됐다.

논란과 비판의 힘을 업고

‘미나리’는 이날 미국 LA 베벌리힐튼호텔에서 비대면으로 열린 제78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외국영화상을 받았다.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가 주관한 시상식에서 미국·프랑스 합작 ‘투 오브 어스’, 이탈리아의 ‘라이프 어헤드’, 덴마크의 ‘어나더 라운드’ 등과 경합했다.

‘미나리’는 1980년대 미국 이민 한인가족의 이야기. 브래드 피트의 제작사 플랜B가 제작하고, 현지에서 활동하는 한국계 정이삭 감독이 연출한 미국영화이다. 하지만 대사 비중의 절반 이상이 한국어여서 영어가 아닐 경우 외국어영화상으로 분류하는 골든글로브 규정에 묶였다.
앞서 이 규정을 비판한 유력 언론들은 다시 골든글로브에 날을 세웠다. 뉴욕타임스는 “미국영화임에도 외국어영화상 부문에만 올라 작품상 경쟁을 하지 못했다”고 썼다. LA타임스도 ‘미나리’가 “외국어영화상을 받았다. 미국영화이다”고 꼬집었다. “딸이 영화를 만든 이유”라고 말한 정 감독은 이를 의식한 듯 이날 ‘미나리’가 “그들만의 언어로 말하려 노력하는 가족의 이야기이다”면서 “영어나 어떤 외국어보다 깊은 진심의 언어이다. 서로가 이 사랑의 언어로 말하는 법을 배우길 바란다. 특히 올해는”이라고 소감을 남겼다.

정말 전초전인가

골든글로브는 매년 아카데미상에 앞서 시상식이 열려 수상자(작)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상을 받는 사례가 많아 ‘아카데미상 전초전’으로 불려왔다. 하지만 ‘기생충’은 지난해 이런 시선을 깼다.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에 이어 아카데미 작품상 등 4관왕에 올랐다. 수년 전부터 제기돼온 ‘할리우드의 보수적 백인 남성 중심’ 시상식이라는 비판의 정점을 찍고 90년 아카데미상 역사를 바꿨다.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등 다양한 수상 뒤였다.

‘미나리’는 1일 현재까지 각종 영화제·영화상의 157개 부문에서 75개상을 받았다. 4월26일 미국 아카데미상에 앞서 11일 열리는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감독·여우조연상(윤여정) 등 7개 부문의 2차 후보로 선정됐다.
그만큼 두 작품은 세계적 호평은 물론 골든글로브와 아카데미상을 바라보는 시각의 변화까지 이끌어내고 있다. 골든글로브가 더 이상 아카데미상의 전초전이 아님을 ‘기생충’이 보여준 데 이어 ‘미나리’가 이를 확고히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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