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감한 쇄신 작업 나선 롯데 신동빈호(號)

입력 2021-03-02 18: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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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롯데 회장.

롯데온 실적 부진에 수장 교체 칼바람
지난해 불과 7% 성장에 그쳐
조영제 사업부장 사실상 경질
롯데 측 “곧 외부 전문가 영입”
롯데마트는 창사 첫 희망퇴직
신동빈 롯데 회장이 실적 개선을 위한 쇄신 작업에 나섰다.

1월 13일 VCM(Value Creation Meeting, 구 사장단회의)에서 “혁신적으로 변하지 못하는 회사들은 과감한 포트폴리오 조정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히더니, 연초부터 롯데온 수장 교체와 인력 구조조정 등 과감한 조치를 단행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혹독한 2020년을 보낸 만큼 더 이상 밀리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풀이된다.

수장 교체 롯데온, 일어설 수 있을까?

먼저 롯데온 사업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조영제 롯데쇼핑 e커머스 사업부장(전무)을 사실상 경질했다. 조 전무는 지난해 4월 백화점, 마트, 슈퍼 등이 운영하는 7개의 쇼핑 앱을 하나로 합친 통합 온라인몰 롯데온을 출범하고 사업을 이끌어왔다.

초기부터 안정적 서비스 제공에 차질을 빚으며 고객 호응을 얻지 못했고, 시너지 효과도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등 출범 1년을 앞둔 상황에서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하자 사임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e커머스 시장의 엄청난 성장에도 존재감을 보이지 못한 것이 컸다. 2020년 전체 이커머스 시장은 전년 대비 19% 성장세를 보였는데 롯데온의 거래액은 전년 대비 7.0% 늘어난 것에 그쳤다. 쿠팡, 네이버쇼핑, SSG닷컴의 거래액이 전년 대비 각각 41%. 38%. 37%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저조한 성장률이다. 롯데지주 측은 “조직 분위기를 쇄신하고 롯데온을 정상화 궤도로 올릴 수 있는 외부 전문가를 곧 영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외부 전문가가 얼마나 막강한 권한을 가졌는지 여부에 따라 롯데온의 성패가 갈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잔뼈가 굵은 기존 임원들을 컨트롤할 수 있을 만큼의 강력한 권한 없이는 수장을 교체해도 소용없을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서는 외부 전문가 영입과 함께 인수&합병(M&A)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과거 티몬이 매물로 나왔을 때 인수를 검토한 바 있는 만큼 최근 매물로 나온 이베이코리아 인수라는 과감한 투자를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고용 안정성은 이젠 옛말

인력 구조조정을 위한 감원 칼바람도 불고 있다. 1998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롯데마트가 대표적이다. 전 직원 4300여 명 중 같은 직급을 10년 이상 유지하고 있는 직원이 대상이다. 캐셔(계산원) 등 무기계약직은 제외된다.

희망퇴직자에게는 퇴직위로금으로 최대 기본급의 27개월분을 지급하고 대학생 자녀가 있는 직원에게는 자녀 1인당 학자금 500만 원을 일시 지급한다. 롯데마트 측은 “실적 악화로 인한 불가피한 결정”이라며 “희망퇴직은 100% 신청자의 자발적인 의사로 이뤄진다”고 했다. 또 롯데하이마트도 창사 20년 만에 직원 80여 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이에 위기감을 느낀 민주노총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산하 롯데마트지부, 롯데면세점노조, 롯데백화점지회, 롯데하이마트지회는 최근 ‘롯데그룹 민주노조 협의회’를 출범하는 등 단체행동에 나선 모습이다.

이밖에도 롯데푸드와 롯데리아 등 외식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롯데GRS는 15년차 이상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진행 중이다. 일본 불매운동 직격탄을 맞은 롯데아사히주류도 지난해 5월 희망퇴직을 실시한 뒤 9개월 만에 2차 희망퇴직을 진행하고 있다.

회사 측은 자발적인 희망퇴직이라고 강조하지만 임직원들이 느끼는 부담감은 상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상당수 계열사들이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만큼 회복이 늦어지면 구조조정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급여 수준은 낮아도 정년은 지켜준다는 고용 안정성도 이제는 옛말이 돼 버린 게 작금 롯데의 현실이다.

정정욱 기자 jja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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