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소음을 잡아라!’ 대형 건설사 뜨거운 자존심 대결 펼친다

입력 2021-03-03 13: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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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아파트 층간소음이 이웃 간 불화의 주된 원인이 되고 있다. 얼마 전에는 이휘재, 안상태 등 유명 방송인들이 층간소음의 가해자로 지목돼 사과하는 일도 벌어졌다. 인터넷에서는 고가의 골전도 스피커 같은 ‘층간소음 복수 도구’가 큰 인기를 끄는 등 층간소음은 이제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는 사회적 문제로 부상했다.

아파트 같은 공동주택의 층간소음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대형 건설사들의 기술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여기에는 내년부터 아파트 건설 이후 층간소음 차단 성능을 확인하는 ‘층간소음 사후 확인제도’가 도입됨에 따라 강화된 관련 기준을 충족시키면서 잠재 소비자의 주요 관심사로 부각한 층간소음 이슈에서 한발 앞서 가겠다는 전략이 담겨 있다.

소음 진동 솔루션팀 신설한 롯데건설
롯데건설은 최근 ‘층간소음 제로화’를 목표로 기술연구원 산하에 소음 진동 전문 연구부서인 ‘소음 진동 솔루션팀’을 신설했다. 최고급 호텔과 초고층 건물을 건설하며 노하우를 습득한 소음, 진동, 구조, 콘크리트, 설계, 디자인 등 관련 분야 석·박사급 전문인력 13명으로 구성했다. 층간소음과 관련해 분산돼 있던 업무와 부서를 하나로 통합하며 관련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시작으로 완충재 및 신기술 개발 등 공동주택의 층간소음 제로화를 위한 연구개발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이미 롯데건설은 2015년 롯데케미칼의 스티로폼 단열재와 고무 재질의 완충재 소재를 활용한 60㎜ 두께의 최고등급 층간소음 완충재 개발에 성공한 바 있다. 이 완충재를 대구 남산 2-2현장 등 여러 현장에 적용해 층간소음을 개선하고 주거 성능 혁신을 선도해왔다.

층간소음을 유발하는 바닥 충격음은 흔히 숟가락, 플라스틱 등 딱딱하고 가벼운 물건이 떨어지면서 발생하는 ‘경량 충격음’과 발뒤꿈치, 농구공, 망치 등 무겁고 큰 충격에 의해 발생하는 ‘중량 충격음’ 두 가지로 나뉜다. 층간소음에서 주로 문제가 되는 것은 중량 충격음으로 롯데건설은 전담부서를 신설해 이 부분 해결에 주력할 계획도 갖고 있다.


롯데건설이 새롭게 선보일 완충재는 ESG 경영 강화에 따라 롯데케미칼에서 생산되는 친환경 소재인 EPP(Expanded Poly Propylene·발포 폴리프로필렌)를 활용할 예정이다. EPP는 기존의 층간 완충재에 사용하는 재료에 비해 내구성이 높아 스티로폼 부표 소재 대비 부스러기 등이 발생하지 않고 해양 환경오염을 방지하는 친환경 소재로 재활용도 가능하다. 롯데건설은 이 완충재를 2022년까지 개발해 롯데캐슬과 르엘 현장 등에 단계적으로 적용해 나갈 방침이다.

삼성물산도 지난해 12월 조직개편을 통해 엔지니어링(ENG) 센터 산하에 석·박사급 인력 10여 명으로 구성된 층간소음연구소를 신설했다. 연구소는 층간소음 원인과 분석부터 재료와 구조, 신공법까지 층간소음을 줄이기 위한 기술 개발과 해결책 확보에 나서고 있다.

특허출원까지…불붙은 기술경쟁
DL이앤씨(옛 대림산업)는 지난해 콘크리트 슬래브(철근콘크리트 구조의 바닥) 위에 3개 층을 겹겹이 쌓아 층간소음을 걸러주는 ‘노이즈 프리 바닥구조’를 개발해 특허출원을 완료한 상태다. 현대건설은 5단계로 적용되는 층간소음 저감기술인 ‘H사일런트 홈’을 올해부터 선보였다. 바닥재 성능을 강화하고 두께를 늘리는 동시에 사전평가와 검수도 강화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기존 습식 바닥구조의 기포 콘크리트 대신 완충재 두께를 60~70㎜로 대폭 늘려 층간소음을 줄이는 ‘반건식 바닥 시스템’을 개발해 청주 가경 아이파크 3·4단지 등에 적용하고 있다. 반건식 바닥 시스템은 단열 효과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건설은 다양한 소재를 접목해 층간소음을 줄일 수 있는 ‘하이브리드형 강성보강 바닥 시스템’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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