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컨디션 안 좋은 선수도 반사적 선발…벤투호, 확인·소통은 없나?

입력 2021-03-17 1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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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국가대표팀 파울루 벤투 감독. 스포츠동아DB

축구국가대표팀 파울루 벤투 감독(포르투갈)은 21시즌 K리그 개막 이후 꾸준히 현장을 찾았다. 그리고 새해 첫 A매치인 25일 원정 한일전(요코하마) 개최가 확정되자 A대표팀 명단을 공개했다.

흥미로운 사실이 있다. 24명 중 6명이 K리그1(1부) 울산 현대 소속이다. 조현우(GK), 원두재, 김태환, 홍철(이상 DF), 윤빛가람, 이동준(이상 MF)이다. 거의 절대적 비중이다.

태극마크는 영예다. 특히 한일전의 상징성은 크다. 그런 영광스러운 무대에 소속선수가 여러 명 참가한다는 것은 팀으로서도 자랑할 만한 일이다. 평상시라면 말이다.

짚고 넘어갈 게 있다. 현재 상황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국에서 A매치는 쉽지 않다. 방역지침에 따른 격리가 선수단을 기다리고 있다. 대한축구협회는 방역당국을 설득해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2주의 격리기간을 1주로 줄이고, 격리방식도 코호트 형태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 일본 원정을 다녀온 대표선수들은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합숙한다. 일정시간 실외훈련도 진행한다.

그러나 대표선수들을 일본 원정에 내줄 소속팀들은 발만 동동 굴러야 한다. 특히 올림픽대표팀에도 3명(이동경·설영우·김태현)이 선발된 울산은 치명타를 맞았다. 정상적인 팀 훈련이 불가능한 구조다.

홍명보 울산 감독은 16일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열린 제주 유나이티드와 K리그1 5라운드 홈경기(1-1 무)를 앞두고 다른 측면에서 아쉬움을 토로했다. 컨디션이 좋지 않고 체력과 자신감이 떨어진 왼쪽 풀백 홍철에 대한 얘기였다. 적어도 현 시점에선 홍철이 한일전에 보탬이 될 수 없다고 홍 감독은 생각한다.

2012런던올림픽과 2014브라질월드컵 사령탑,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를 경험한 터라 “(대표팀에) 적극 협력하겠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으나, 선발 과정은 몹시 안타깝다. 특히 소통의 부재는 곱씹어봐야 한다.

정황만 보면 제주전에 앞선 2경기에 출전한 것만 보고 A대표팀 코칭스태프는 경기력 및 컨디션에 상관없이 홍철을 선발했다. “현시점에서 최적의 선수를 뽑는다”는 벤투 감독의 설명에는 전혀 힘이 실리지 않는다. 홍철보다 훨씬 뛰어난 퍼포먼스를 펼친 동일 포지션의 선수들이 없는 것도 아니다. 의무적으로 K리그 현장을 찾는 게 아니라면, 반사적으로 선수를 뽑지 않는다면 그들의 정확한 상태를 체크하는 것은 A대표팀 코칭스태프의 의무다. 포르투갈 코치들의 의사소통이 어렵다면 한국 코치들이 나서야 했다.

더욱이 24명 중 6명을 차출한 팀에는 빈말이나마 양해를 구하는 게 도리다. 자가격리 시대라서 더 그렇다. 한 마디 말로 천 냥 빚을 갚는다고 했다. 누구든 울산 구단이나 홍 감독에게 전화 한 통만 했더라면 서로 당혹스러운 지금의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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