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김민 통역파트 매니저(가운데)는 올 시즌 롯데 외국인투수들을 전담한다. 댄 스트레일리와 앤더슨 프랑코가 풍기는 특유의 유쾌함을 가감없이 전달하겠다는 각오다. 사진제공|김민 매니저
김민 롯데 자이언츠 운영팀 통역파트 매니저(39)는 검증을 마친 인재다. 유년 시절부터 미국에서 생활하며 야구, 농구, 풋볼 등 다양한 스포츠를 접하며 현지 스포츠 문화를 경험했다. 김 매니저 스스로는 인생의 자산이라고 꼽는 경험이다. 첫 직장은 다른 직종이었지만 스포츠에 대한 열정을 감추지 못했고, 2016년부터 야구단 통역 업무를 시작했으니 어느새 6년차다. 감독, 코치, 선수까지 다양한 선수를 두루 경험했다. 그는 “통역은 단순히 말을 전달하는 사람이 아닌, 화자의 색깔을 담아내는 사람”이라고 자신의 역할을 정의했다.
“통역에는 교과서가 없다”
김 매니저는 2016년 SK 와이번스에서 투수진 통역 업무로 야구와 연을 맺었다. 당시 크리스 세든, 메릴 켈리 등 준수한 투수들의 소통을 도왔다. 2017년에는 데이브 존 투수코치, 라일 예이츠 퀄리티컨트롤(QC) 코치의 통역을 맡았고, 2018년 힐만 감독을 전담했다. 힐만 감독은 그해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미국 복귀를 선언했다. 마지막 무대에서 한국시리즈 왕좌에 올랐다. 우승 후 인터뷰에서 힐만 감독이 “옆에 있는 킴(Kim)의 도움이 컸다”고 인사를 전하자, 이를 통역하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트레이 힐만 전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 감독(왼쪽)과 김민 매니저. 사진제공|김민 매니저
2020년부터는 롯데로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지난해는 라이언 롱 타격코치를 도왔는데, 올해부터는 댄 스트레일리-앤더슨 프랑코 원투펀치의 입과 귀 역할을 맡는다. 통역의 시계는 선수들보다 더 바쁘게 진행된다. 특히 선발투수로 등판하는 날에는 더 그렇다. 훈련 하나하나부터 경기 중 긴박한 상황에 코치 혹은 포수와 함께 마운드에 올라 흐름을 끊어야 한다. 또한 갈수록 고도화되는 데이터에 발맞춰 공부도 게을리 할 수 없다.
“스포츠 언어는 갈수록 진화한다. 유년 시절부터 미국에서 수업 시간 종료 후 일상은 온통 스포츠였다. 저녁마다 집에서 ESPN 채널을 한두 시간씩 보며 챙겨봤다. 수많은 종목의 스포츠 해설자들이나 프로 선수들이 서로 주고받는 대화와 표현 방법들은 정말 큰 공부가 되었다. 지금도 출퇴근 할 때 차안에서 ESPN의 다양한 토크쇼 코너를 경청하며 새로운 것들을 주입한다. 더욱 깔끔하고 매끄러운 전달을 위해 공부 중이다. 통역에는 교과서가 없다. 선수나 코칭스태프의 성향까지 파악해 어떤 표현이 더 적합할지 고민해야 한다. 수년간 여러 스태프를 담당하면서 더욱 성장하고 있다. 가령 투수코치나 포수가 클러치 상황에 마운드에 오르면 투수에게 기술적 조언을 건네기도 하지만, 가벼운 농담으로 분위기를 풀기도 한다. 효율적인 방법에 대한 고민은 이럴 때 힘이 된다.”
‘인싸’들과 함께한다는 것
화자의 이야기를 온전히 전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의 마음까지 읽어야 한다. 김 매니저도 통역보다 관계 형성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김 매니저는 힐만 감독이 떠난지 3년이 됐지만 여전히 연락을 할 정도로 두터운 신뢰를 쌓았다. 올해도 스트레일리, 프랑코의 일거수일투족을 함께하고 있다. 이들은 가족과 함께 부산에 왔기 때문에 그들을 챙기는 것까지 김 매니저가 담당하고 있다.
그는 “외국인선수에게 야구장 밖에서의 시간은 그라운드 위만큼, 어쩌면 그보다 더 중요하다. 문화와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 사소한 것 하나라도 적응에 도움이 되기 위해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매니저가 스트레일리, 프랑코와 매일 아침 만나 눈빛 교환으로 하루를 시작해 먹는 것과 자는 것까지 체크하는 이유다.
스트레일리는 팀 동료 김준태의 사진이 담긴 티셔츠까지 제작할 정도로 소문난 ‘인싸’다. 프랑코 역시 아직 드러나지 않았지만 유쾌한 성격으로 동료들과 이미 친해졌다는 후문이다. 김 매니저는 “스트레일리의 유쾌함은 이미 알려졌다. 프랑코도 마찬가지다. 이들의 밝은 모습을 고스란히 전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로 인터뷰를 마쳤다.
경산|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