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 원 주식을 0.1주 매수” 진입장벽 낮출까

입력 2021-03-29 1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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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동학개미를 중심으로 우량주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 적은 금액으로 분산 투자를 할 수 있는 주식 소수점 거래 도입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9일 종가 기준 코스피 지수 2976.12를 기록하고 있는 서울 중구 하나은행 주식전광판.

‘소수점 주식거래 제도’ 도입 논의 급물살
주 단위 아닌 금액단위로 투자 가능
소액투자자의 고액주 접근 쉬워져
현행법 개정·거래시스템 개발 필요
정부, 소수점 거래 효용성에 긍정적
4일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소수점 주식거래 제도 도입을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샐러리맨으로 살아가는 평범한 청년”이라고 밝힌 청원인은 “소액으로 투자를 시작하려는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소수점 거래가 필요하다”며 “서민들은 1주 가격이 100만 원을 넘는 황제주에 투자하기 어렵다”고 했다.

주식 소수점 거래가 필요한 이유

동학개미들이 주식 소수점 거래 허용에 대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주식 소수점 거래는 1주 단위의 주식을 소수점 단위로 쪼개서 거래하는 것을 말한다. 예컨대 29일 종가 기준 8만1600원인 삼성전자 주식을 0.1주씩 거래한다면 8160원으로 매수와 매도가 가능해진다. 또 주식을 주 단위가 아닌 금액 단위로 살 수 있어 삼성전자 주식을 1만 원 또는 10만 원 규모로 구매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일명 ‘주린이(주식+어린이)’라 불리는 2030세대 소액투자자가 ‘빚투(빚내서 투자)’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기)’이라 불리는 무리한 투자가 아닌, 시가총액 상위에 포진해 있는 고액 우량주에 분산 투자할 수 있는 기회를 주자는 게 취지다. 실제 코스피 시가총액 10위권 중 삼성전자와 삼성전자우(우선주)를 제외한 8개 종목이 10만 원이 넘는 고액이다. 비교적 수익률이 좋은 고액 주식은 자산가들이 접근해 높은 수익을 내는 반면, 소액 투자자들은 접근하기 쉬운 테마주와 급등주를 쫓다 손실을 입는 악순환을 막자는 것이다.

해외에서 1주 미만의 주식 매매를 허용하고 있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미국에서는 핀테크 업체가 금액 단위 거래와 소액 포트폴리오 서비스를 제공 중이며, 영국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일임·자문업자인 P1인베스트먼트가 지정대리인을 통해 소수점 단위 주식 거래를 제공하고 있다.

상법 개정, 인프라 개선 등 과제 산적

하지만 현행 법제도와 인프라에서 주식 소수점 거래 실현은 녹록치 않다. 상법 제329조에서는 주식을 1주라는 균일한 단위로 규정하고 있으며 하나의 단위를 더 세분화할 수 없는 주식 불가분의 원칙을 명시하고 있다. 또 1주당 동일한 의결권을 부여하고 있어 이를 소수점 단위로 쪼개 여러 명이 소유할 경우 해당 의결권을 소유주들이 어떻게 나눌지도 규정되지 않은 상태다. 기업 입장에서는 주주가 갑자기 늘어 주주명부 관리조차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여기에 한국거래소와 예탁결제원의 시스템 역시 온주(온전한 주식 1주)를 기반으로 거래시스템을 구축해 소수점 거래를 처리할 수 있는 별도 인프라 개발이 필요하다. 이에 증권사들은 본격적인 제도 도입 전에 소수점 매매에 대한 혁신금융서비스 테스트로 규제 샌드박스(규제 면제) 도입을 요청하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2019년 신한금융투자와 한국투자증권의 해외주식 소수점 매매 서비스를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향후 전망은 긍정적

주식 소수점 거래 허용의 전망은 다소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최근 대정부 질문에서 “코스피 3000 수준인데 더 올라가면 주식 가격이 더 높아질 것이고 이 경우 주식 소수점 거래가 효용성이 있다고 본다. 못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고, 금융위원회도 금융 규제 개선 과제로 국내 주식의 개인투자자 소수 단위 거래를 허용하는 방안을 고려한다고 한 것이 이를 뒷받침해준다.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이광재, 맹성규, 유동수 의원 공동주최로 열린 ‘커피 한 잔 값으로 1등 주식 골라담기’라는 주제의 주식 소수점 거래 허용 방안 토론회도 긍정적인 방향에 힘을 실었다. 이 자리에서 류영준 한국핀테크산업협회장 겸 카카오페이 대표는 “건강한 투자를 위한 위험 분산 투자법은 큰 목돈이 필요하기에 개인투자자들의 접근성이 낮다. 국내 주식 소수점 거래를 대안으로 제시한다”며 “가격적인 진입 장벽이 소수점 거래를 통해 낮아진다면 개인투자자들의 시장 참여가 확대되고 자투리 투자와 같은 새로운 문화도 형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소수점 주식거래는?

주식 1주를 쪼개 소수점 단위로 거래하는 것을 말한다. 주식 수가 아니라 금액 단위로 거래하는 것이다. 이는 적은 투자금으로도 주가가 높은 우량주에 투자할 수 있고, 주식 투자에 금액 단위의 투자를 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적은 금액으로도 다양한 주식에 투자할 수 있게 되는 만큼 포트폴리오 투자기법이 활성화되는 효과도 일으킬 수 있다.

정정욱 기자 jja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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