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사커] K리그는 왜 음주운전·금지약물에 관대할까?

입력 2021-04-02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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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수일(34)이 6년 만에 K리그에 복귀했다. K리그2 안산 그리너스는 “강수일이 연습경기 등을 통해 좋은 평가를 받아 영입하게 됐다”고 3월 31일 발표했다.

알려진 대로 강수일은 2015년 도핑 파문에 이어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다문화가정 출신인 그는 2007년 인천 유나이티드를 통해 프로에 데뷔한 뒤 제주 유나이티드~포항 스틸러스~제주를 거치며 9시즌 동안 185경기 27골·14도움을 기록했고, 한 때 국가대표에 선발될 정도로 기량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2015년 6월 도핑테스트에서 금지약물이 검출됐고, 그 해 8월 음주운전으로 K리그를 떠났다.



해외로 눈을 돌린 그는 일본과 태국 무대에서 뛰었다. 그러다 올해 초 원 소속구단인 제주가 임의탈퇴를 철회하면서 복귀가 가능해졌다. 광주FC와 강원FC에서 입단 테스트를 받았지만 모두 실패했고, 결국 안산을 통해 K리그에 복귀했다.

안산 구단은 팬들의 싸늘한 시선을 의식한 듯 “강수일이 자숙하는 동안 다문화가정 및 불우아동을 남몰래 도우며 오랫동안 봉사활동을 해왔다”면서 “깊이 반성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영입했다”고 덧붙였다.

음주운전과 금지약물로 물의를 빚은 선수가 꿈과 희망의 무대인 K리그에 설 수 있다는 사실이 의아스럽지만 규정상 강수일의 등록에는 문제가 없다. 금지약물과 관련해서는 2년의 자격정지 기간이 지났다. 또 음주운전은 10경기 출장 정지와 제재금 500만 원이 부과됐는데, 선수자격이 갖춰진 뒤부터 10경기 동안 경기에 나서지 않으면 되고, 제재금은 납부했다.

이미 죗값을 치른 선수의 등록을 막을 수는 없겠지만 이번 건은 분명히 나쁜 신호를 줄 수 있어 걱정이다. 물의를 일으켜도 반성만 하면 누구나 복귀할 수 있다는 나쁜 선례를 남겼다. 아울러 갈수록 엄격해지는 사회적 잣대에 K리그만 너무 동떨어진 것 아니냐는 따가운 시선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충남아산의 일본 출신 료헤이(27)에 대한 논란도 궤를 같이 한다. J리그에서 데이트 폭력으로 퇴출된 그가 어떻게 K리그에 등록할 수 있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법적 처벌이 없어 선수등록은 가능하다지만 최근 학교 폭력으로 시끄러운 우리 사회 분위기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이 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기 위해 K리그가 적극 나서야한다.

우선 금지약물이나 음주운전에 대한 징계 수위를 과감하게 높여야한다. 현 규정엔 혈중알콜농도가 면허취소처분 기준에 해당할 경우 15~25경기 출장 정지와 800만 원 이상의 제재금이 부과되는데, 솜방망이다. 한번 잘못으로도 선수 인생이 끝난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고강도 징계와 함께 무관용의 원칙을 철저히 견지해야한다.

또 K리그 구성원들의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당장 선수가 필요하다고 해서 과거의 잘못을 덮어버려선 안된다. 운동만 잘하면 모든 게 용서되던 그런 시대는 지났다. 성적 앞에 상식이 무너져선 곤란하지 않을까.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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