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 리포트] ‘시범경기 ERA 94.50’ 미란다도 반전투, 두산 선발진의 유쾌한 반란

입력 2021-04-07 22: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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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미란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두산 베어스 새 외국인투수 아리엘 미란다(32)의 시범경기 평균자책점(ERA)은 94.50에 달했다. 단 한 경기에만 등판했으나, 0.2이닝 3안타 5볼넷 7실점의 부진한 투구로 실망을 안겼다. 이후 등판한 퓨처스(2군) 연습경기에서도 3이닝 4실점으로 만족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준비과정이 그야말로 가시밭길이었다.

설상가상 팔 근육통까지 겹쳤다. 그를 개막전 선발투수로까지 염두에 뒀던 김태형 감독이 3선발로 조정한 이유다. 김 감독은 국내무대에서 73승을 따낸 앤디 밴 헤켄(전 히어로즈)을 떠올리며 “2012년 밴 헤켄처럼 시범경기에서 불안했지만, 정규시즌에는 다른 모습을 보고 싶다”며 미란다의 변화를 진심으로 바랐다.

그만큼 첫인상이 중요했다. 7일 잠실 삼성 라이온즈전에 선발등판해 KBO리그 데뷔전을 치른 미란다에게 많은 시선이 쏠린 것도 그래서다. 시범경기에서 부정적 측면이 부각된 만큼 드라마틱한 반전이 필요했다.

미란다는 해냈다. 5이닝 동안 2안타 3사사구를 허용했지만 삼진 5개를 곁들여 무실점으로 삼성 타선을 막았다. 팀이 1-0으로 이겨 첫 등판에서 승리까지 따냈다. 직구(51개) 최고 구속은 151㎞까지 나왔고, 포크볼(26개)과 슬라이더(14개), 체인지업(4개) 등 변화구도 적절히 섞었다. 삼진을 엮어낸 결정구는 포크볼(4개)과 체인지업(1개)이었다. 직구 구위가 뛰어난 데다 포크볼의 궤적이 예리해 삼성 타자들은 2스트라이크 이후 애를 먹을 수밖에 없었다. 95구를 던지며 스트라이크 비율 62.1%(총 59구)로 제구 불안 우려 역시 씻었다.

두산 선발진도 새로운 동력을 얻었다. 개막 3경기 동안 워커 로켓~최원준~미란다가 차례로 등판해 15이닝 동안 2점만을 내줬고(ERA 1.20), 팀은 모두 이겼다. 미란다는 올 시즌 두산의 첫 선발승을 장식하며 힘찬 첫발을 내디뎠다. 김 감독이 스프링캠프 당시 가장 걱정했던 선발진의 힘찬 스타트는 두산에는 청신호가 아닐 수 없다.

잠실|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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