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퍼저축은행의 가세로 덩치가 커진 2021~2022시즌을 앞두고 한국배구연맹(KOVO)과 여자배구 팬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것은 김연경의 재계약 여부다.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 V리그 여자부 인기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KOVO와 팬들은 V리그에서 계속 뛰어주기를 원하지만 쉽게 결정을 내리지 않고 있다. 그 속내는 시간이 되면 밝혀질 것이다.
2020~2021시즌을 앞두고 흥국생명과 1년 계약을 맺었던 김연경에 남은 선택지는 2가지다. 흥국생명과 계약하거나 다시 해외로 나가는 것이다. 신생팀 페퍼저축은행은 선택지에서 빠진다. 이적이 불가능하다. 흥국생명에서 보낼 의사가 없다고 확실히 했다. 페퍼저축은행은 자유계약(FA) 선수로나 영입이 가능하다. 흥국생명이 말하는 순리다. 물론 김연경이 한 시즌 더 흥국생명의 선수로 뛰었을 때 가능한 시나리오다.
해외리그로 갈 때는 얘기가 달라진다. 그를 원하는 팀이 있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유럽 빅 리그의 팀은 이미 선수구성을 마쳤다. 현실적으로 남은 곳은 중국리그 뿐이다. 계약조건은 그 다음 문제다. 국제시장에서 그의 몸값은 많이 떨어졌다. V리그보다 많이 받는다고 장담하기 어렵다. 그래도 본인이 가겠다고 하면 흥국생명이 막을 방법은 없다.
현재 김연경의 신분은 복잡하다. 원하면 해외리그에 마음대로 갈 수 있는 FA선수지만 V리그에서는 다르다. 이를 알기 위해서는 과거를 소환해야 한다. 김연경과 흥국생명이 법적공방을 벌였던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일본 JT 마블러스에서 뛰었던 2009~2010, 2010~2011시즌의 해석이다. 흥국생명에 입단 해 4년을 뛰었던 김연경은 “흥국생명에서 보내준 임대선수 신분이었기에 6시즌을 소화한 FA선수”라고 주장했다. 흥국생명은 “큰 무대에서 경험을 쌓게 해주기 위한 선의에서 추진한 해외진출이었고 당시는 해외임대와 관련한 규정이 V리그에는 없었기 때문에 2년의 보유권이 남아 있다”고 주장했다.
소송 끝에 국제배구연맹(FIVB)은 김연경이 FA선수라고 유권해석을 내렸다. V리그 이사회는 달랐다. “김연경이 V리그에 복귀하면 2년간 흥국생명 소속”이라고 결정했다. 지난 시즌 김연경이 V리그의 다른 팀으로 갈 수 없었던 이유다. 이 결정대로라면 흥국생명에서 5시즌을 마친 김연경은 1년을 더 V리그에서 뛰어야 FA선수다.
여기서 문제는 김연경이 흥국생명의 재계약을 거부하고 해외리그에 나갔을 경우다. 그 곳에서 1시즌을 뛴 뒤 복귀하면 어떤 신분이 되는지 따져봐야 한다. 현재 V리그는 새로운 해외임대 규정이 있다. 일명 김연경 법이다. 자유계약선수 관리규정 제2조(FA선수의 자격취득)의 4번째 항으로 “해외임대기간은 FA자격기간에 포함하고 국내복귀 시 FA규정의 의거 협상한다”고 돼 있다. 이 규정대로라면 해외로 나가서 한 시즌을 뛴 뒤 복귀하면 FA선수다.
하지만 구단이 계약을 원하는데 선수가 거부하고 해외로 나가면 달라진다. 이 때도 제2조 4항을 적용해주면 선수가 규정을 악용할 여지가 생긴다. KOVO는 이와 관련한 유권해석을 묻자 “만일 구단이 계약을 원하는데 선수가 거부하고 해외로 나가면 임의탈퇴 신분이다. 양측이 합의할 경우에 한해서만 해외임대 선수가 된다”고 명확하게 했다.
결국 김연경의 해외진출을 막을 수는 없지만 그 다음 시즌에 V리그에서 원하는 팀을 마음대로 선택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서든 흥국생명의 허락을 받아내야 한다. 그래서 더욱 흥미로운 김연경의 선택이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