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서인국이 마성의 온도 차로 시청자들을 흠뻑 빠져들게 하고 있다.
서인국은 tvN 월화드라마 ‘어느 날 우리 집 현관으로 멸망이 들어왔다’(이하 ‘멸망’)(연출 권영일/극본 임메아리/기획&제작 스튜디오앤뉴, 스튜디오드래곤)에서 미스터리한 매력을 지닌 멸망과 하나 된 열연을 펼치고 있다. 이에 서인국이 한계 없는 스펙트럼을 뽐내며 안방극장에 강렬한 임팩트를 남긴 순간들을 꼽아봤다.
시한부 동경(박보영 분)과 계약한 멸망(서인국 분)은 그녀의 고통을 없애기 위해 매일 손을 잡아주기 시작했다. 그는 밤 12시가 되자 동경에게 “충전”이라며 무심한 듯 다정하게 스킨십을 해 심쿵을 안기기도. 서인국의 부드러운 눈빛과 목소리는 보는 이들을 절로 무장해제시켰다.
그런가 하면 멸망은 동경이 만취한 전 남친 조대한(김지석 분)을 맞닥뜨리자 애인 행세를 하며 그를 퇴치하고, 탁선경(다원 분)과 첫 만남에 능청스레 ‘처남’이라고 불러 웃음을 자아냈다. 또한 동경의 집과 직장을 쫓아다니며 유치한(?) 말다툼을 벌여 티격태격 케미를 발산했다. 서인국은 온화한 미소와 여유 가득한 말투로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를 완성하며 멸망의 이야기에 빠져들 수밖에 없게 했다.
그러나 서인국은 한순간에 무표정으로 돌변해 확 달라진 온도 차를 보였다. 인간의 감정을 애써 무시하던 멸망은 눈물 흘리던 자신의 모습을 기억하는 동경을 찾아가 극한의 고통을 느끼게 했다. “넌 나 때문에 울게 될 거야. 그래서 세상을 멸망시키고 싶어질 거야”라고 차가운 경고의 메시지를 전하기도.
서인국은 매서운 살기가 느껴지는 굳은 낯빛으로 보는 이들의 손에 땀을 쥐게 하는 한편, 깊고 진한 눈으로 마음대로 죽지 못하는 멸망의 안타까운 숙명까지 그려냈다. 동경의 무의식 속, 싱그러운 잔디밭 위에 나타난 멸망은 손짓과 숨결만으로 모든 것을 시들게 하며 ‘멸망’을 이끌었다. 공허한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던 멸망은 “이게 내 세상이야”라고 메마른 목소리로 털어놓아 쓸쓸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하지만 동경의 움직임에 따라 빛과 색이 되살아나기 시작, 믿을 수 없는 광경에 놀라는 멸망의 모습은 신과 인간의 경계에서 위태롭게 흔들리던 그의 앞날을 궁금하게 했다.
18일(어제) 방송된 4회에서 서인국은 한 치의 흔들림 없는 표정으로 범접 불가한 어두운 아우라를 풍기며 ‘죽음의 관조자’다운 냉혹한 면모를 그려냈다. 동경을 떠올리던 그는 “인간은 하찮다. 너라고 다를 바 없다”라고 독백해 싸늘한 기류를 자아냈다.
특히 멸망은 앙심을 품고 달려드는 살인마를 무참히 죽게 했다. 그의 손에 들린 칼로 스스로의 목을 찌르게 한 것. 멸망은 자신을 구하기 위해 몸을 날린 동경에게 “내가 그랬잖아. 날 사랑할 수 없을 거라고”라며 경고, 잔혹한 행동과는 달리 묘한 슬픔이 느껴지는 눈빛으로 앞으로의 전개를 더욱 예측할 수 없게 했다.
이렇듯 서인국은 인간과 신, 차가움과 따뜻함을 오가는 마성의 온도 차로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하고 있다. 신비롭고 묘한 매력으로 안방극장을 끌어당기고 있는 서인국의 활약은 매주 월, 화요일 밤 9시에 방송되는 tvN 월화드라마 ‘어느 날 우리 집 현관으로 멸망이 들어왔다’에서 확인할 수 있다.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