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방송된 MBC ‘선을 넘는 녀석들 : 마스터-X’(연출 한승훈/이하 ‘선녀들’) 6회에서는 전현무, 김종민, 유병재가 ‘역사 마스터’ 심용환과 ‘심리 마스터’ 김경일과 함께 ‘실미도 다크투어’를 펼치는 모습이 그려졌다. 실미도 섬을 찾아 그곳에서 직접 대한민국의 어두운 현대사와 마주하는 ‘선녀들’의 이번 기획은 시청자들에게 뜨거운 반응을 일으켰다.
영화 ‘실미도’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실미도 부대’는 1968년 청와대를 노린 북한의 124부대에 보복하기 위해 중앙정보부가 탄생시킨 비밀 부대였다. 이들이 갇혀 극한 훈련을 했던 섬이 바로 실미도. 심용환은 “문제는 이 과정에서 실미도 자체가 지옥의 섬으로 변하게 됐다”고 말해 모두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실미도 부대는 탄생부터 충격을 안겼다. 전문 군인도 아닌 민간인 청년들이 부대원들로 모집된 것이다. 가족이 없거나 경제적 형편이 안 좋은 청년들이 그 대상이었다. 심용환은 “일종의 국가 폭력이다. 민간인들을 국가가 특정한 목적에 쓰기 위해 끌고 간거다”라고 말했고, 전현무는 “너무 소름 돋는다. 죽어도 별 탈 없는 사람으로 모았다는 게”라며 안타까움을 토해냈다.
주변과 완벽히 차단된 채 받은 실미도 부대의 혹독한 훈련 역시 경악의 연속이었다. 강도 높은 체력 훈련은 물론, 심지어 훈련 목표 달성을 위해 폭력까지 동원됐다고. 심용환은 “더 빨리 달리게 하기 위해 뒤에서 기관총을 발사해 위협을 했다”고 말해 충격을 더했다.
또 이러한 잔인성은 부대원과 그들을 훈련시키는 기간병 모두에게 행해졌다고 해 놀라움을 안겼다. 기간병들에게는 부대원들을 범죄자라고 속여 폭력을 정당화하고, 훈련 성과가 저조할 시 압박이 가해졌다고. 전현무는 “그들에게 뼈를 갈아 넣은 소주를 먹이기도 했다”라며, 비인간성을 주입시킨 상황을 탄식했다.
그러나 변화하는 남북 분위기와 정치적 상황에 따라 ‘실미도 부대’의 존립 근거는 사라지게 됐다. 북한 침투 작전은 취소되고, 기약 없는 명령만을 기다리며 이들은 다시 훈련을 이어갈 수밖에 없었다. 김경일은 “사람이 힘들게 사는 것보다 의미 없이 사는 게 더 괴롭다. 절망감이나 상실감보다 더 큰 고통이 무망감이다”라며, “사람들의 관심으로부터 멀어지고 존재의 이유가 없는 느낌이다. 사람이 맞아야만 아픈 게 아니고, 고립감을 느낄 때 진짜 아프다”라며, 심리학자의 시선을 더해 그들의 공포와 고통을 짐작하게 했다.
실미도 부대의 최후는 더욱 마음을 아프게 했다. 3년 4개월만에 실미도에서 탈출해 청와대로 향한 그들의 계획은 실패됐고, 국가는 이들의 존재를 은폐하고 조작해 언론 발표를 했다. 국가 권력과 필요에 의해 만들어지고 버려진 이들의 최후였다. 사형을 앞둔 그들의 유언에는 유감, 억울함 등의 단어로 채워져 있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김경일은 죽어서도 존재를 인정받고 싶었던 이들의 마음을 전하며, “국가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져 묵직한 울림을 안겼다.
동아닷컴 함나얀 기자 nayamy9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