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홍창기. 스포츠동아DB
홍창기는 30일 잠실 키움 히어로즈전에 1번타자 겸 중견수로 선발출장해 1타수 무안타를 기록했다. 비록 안타는 신고하지 못했지만 나머지 4타석에서 모두 볼넷을 골라나가며 당일 출루율 0.800을 기록했다. 네 차례 1루 베이스를 밟아 두 차례 홈까지 돌아오는 데 성공했으니 1번타자로서 역할도 만점이었다. 홍창기의 1경기 4볼넷은 2020년 5월 23일 잠실 KT 위즈전에 이어 이날이 두 번째였다. MBC 청룡을 포함한 트윈스 프랜차이즈 역사상 1경기 4볼넷은 총 13차례에 불과하다. 그 중 홍창기가 유일하게 두 차례를 차지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출루율 1위 타이틀은 중심타자들의 몫이다. 기본적으로 타격 능력이 뛰어난 데다 홈런을 의식한 투수들이 피해가는 승부를 하기 때문에 볼넷을 골라나갈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리그 출루 TOP 3는 박석민(NC 다이노스·0.436), 최형우(KIA 타이거즈·0.433), 멜 로하스 주니어(당시 KT 위즈·0.417)의 차지였다.
그러나 홍창기는 올 시즌 출루율 0.459로 2위에 올라있다. 리그 유일 4할 타율(0.412)로 괴력을 뽐내고 있는 강백호(KT·0.493)만이 홍창기보다 높은 출루율을 기록하고 있다. 스스로도 “타율 3할보다 4할 이상의 출루율이 더 욕심난다. 올 시즌 끝날 때까지 출루율 4할대를 유지하는 게 목표”라고 강조하는데, 빈말이 아님을 성적으로 증명 중이다.
홍창기는 지난해 주전으로 막 발돋움했을 시기 ‘캡틴’ 김현수에 대한 고마움을 전한 바 있다. 당시 그는 “(김)현수 형이 옆에서 정말 많은 것들을 알려준다. 내가 안 물어봐도 알려주실 정도로 적극적이다. 형이 ‘자신 있게 해라. 잘하고 있다’고 해주는 게 도움이 된다”고 밝힌 바 있다. 멀게만 느껴졌던 대타자와 이제는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올 시즌 LG 팀 내 공격지표 최상위권은 대부분 홍창기와 김현수가 나눠 갖고 있다. 타율과 홈런, 타점은 김현수가 앞서고 대체선수대비승리기여(WAR), 도루, 득점은 홍창기가 앞선다. 안타는 나란히 53개로 같다.
지난해 처음 1군 주전으로 발돋움했지만 타석에서의 모습은 베테랑 수준이다. 무안타로 타율이 깎였지만 4볼넷으로 출루율을 끌어 올렸으니 자신의 기준대로면 성공한 하루다. KBO리그에 없던 리드오프, 지금 LG는 홍창기 신드롬이다.
잠실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