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형’ 이강인이 또 한번 히어로가 될 수 있을까. 이강인은 2020도쿄올림픽에 나설 ‘김학범호’의 핵심으로 꼽힌다. 최대 4살 차이의 형들과 찰떡 호흡을 과시할 수 있을지 기대가 쏠린다. 스포츠동아DB
어린 나이에 유럽무대에 도전한 그에게 애국가는 특별했을 법하다. 동료들에게도 동참을 부탁했다. 그러자 애국가는 쩌렁쩌렁 울렸다. 안방의 국민들도 따라 불렀다. 그 덕분인지 몰라도 한국은 사상 최초의 준우승을 차지했고, 이강인은 골든볼(MVP)을 수상했다.
또 하나는 ‘막내형’이다. 당시 18세의 이강인은 두 살 많은 형들과 함께 했다. 막내였지만 팀의 에이스였다. 대표팀은 그를 중심으로 똘똘 뭉쳤고, ‘원 팀’의 의미를 제대로 보여줬다. 그래서 붙은 애칭이 막내형이다.
애국가와 막내형은 이강인이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큰 지를 잘 보여준다. 또 그의 리더십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월반의 아이콘’ 이강인이 또 다른 도전을 준비한다. 이번에는 올림픽이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대표팀의 소집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그동안 파울루 벤투 감독의 A대표팀에 발탁되다가 개막을 한 달여 앞두고 올림픽대표팀에 처음 소집됐다. 김 감독은 “기존 멤버와의 조화를 비롯해 올림픽에 갔을 경우 장점 등을 두루 보겠다”고 밝혔다.
경쟁력을 시험해보는 단계지만, 이강인의 기량에 대한 검증은 이미 끝났다. A대표팀 우선 원칙에 따라 양보했을 뿐이지, 김 감독은 늘 그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기량 확인보다는 역할에 대한 점검이 주안점이 될 것이다.
이강인은 이번에도 막내다. 1년 연기된 도쿄올림픽의 연령제한은 24세 이하다. 따라서 형들과는 4년 터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특유의 리더십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또 유럽무대는 물론 국제대회 준우승의 경험은 큰 자산이다. 오세훈, 엄원상, 조영욱, 이지솔 등 U-20 대표팀에서 함께 한 동료들이 있어 적응에도 별 문제가 없다.
다만 그는 이번 시즌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했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24경기 출전에 4도움뿐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과 감독 교체, 부상, 부족한 출전기회 등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대표팀은 클럽과 다르다. 그를 중심으로 움직일 수 있다. 또 가장 어울리는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설 수 있다. 김 감독이 “소속팀에서 측면에서도 뛰는 등 여러 자리를 옮겨 다니던데 최적의 자리가 어디인지 찾아보겠다”고 한 말이 눈길을 끄는 이유다. 2018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에서 손흥민-황의조의 황금 콤비를 탄생시키며 금메달을 따낸 김 감독이 이강인을 중심으로 또 다른 작품을 구상 중이라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31일 제주도 서귀포의 한 호텔에 소집된 올림픽대표팀은 6월 가나와 2차례 평가전(12·15일)을 치른다. 이를 통해 이강인 프로젝트의 일부가 드러날 전망이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