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제된 화려함·조선 터치 ‘럭셔리의 재발견’

입력 2021-06-04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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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나는 새 모양의 유니크하면서 현대적인 천정 조명이 눈길을 끄는 1914 라운지앤바의 전경. 앤틱한 분위기와 모던한 느낌이 조화를 이루는 가운데 시원한 창밖 전망이 압도적이다. 사진제공|조선호텔앤리조트

5월 25일 오픈한 토종 명품호텔 조선팰리스강남 돌아보니…

254개 객실부터 부대시설까지
곳곳에 미니멀한 고급스러움
뷔페·라운지&바 압도적 전망
웰컴로비엔 외국같은 도어맨
36층 한식당 이타닉가든 눈길
팰리스 게이트라고 부르는 입구부터 느낌이 색달랐다. 낮게 드리워진 화사한 조명, 검은색과 금색의 장식으로 치장한 문이 은근하면서 고급스러웠다. 문 위에는 조선호텔앤리조트가 100여 년의 역사를 강조하기 위해 요즘 사용하는 유럽풍 크레스트(crest, 왕·귀족의 집안 등을 상징하는 그림)가 눈에 띤다.

1박 최저 43만 원이 넘는 비싼 호텔. 그래도 첫 인상은 “돈이 아깝지 않을 것 같다”는 ‘가치소비’의 원칙을 만족시켰다.

은근함 속 화려함…“럭셔리의 재정의”

서울 강남 테헤란로의 옛 르네상스호텔 자리에 5월 25일 문을 연 ‘조선 팰리스 서울 강남, 럭셔리 컬렉션 호텔’(이하 조선팰리스강남)은 조선호텔앤리조트가 독자 개발한 럭셔리 브랜드다.

요즘 서울은 국내외 호텔체인의 최상급 라인인 럭셔리 호텔의 각축장이다. 포시즌스, JW메리어트, 콘라드, 파크하얏트, 인터컨티넨탈, 페어몬트 등 글로벌 체인의 럭셔리 호텔들이 들어와 있다. 토종 브랜드에서는 롯데의 시그니엘이 먼저 문을 열었고, 이번에 조선도 자체 럭셔리 호텔로 도전장을 냈다.

깔끔하면서 은근한 화려함이 돋보이는 마스터 스위트룸의 침실. 사진제공|조선호텔앤리조트



조선팰리스강남이 후발주자로 내세우는 강점은 ‘은근한 화려함’이다. 한껏 치장한 화려함보다 절제된 미니멀리즘에 고급스러움을 담은 롤스로이스의 디자인철학 ‘포스트 오퓰런스’(Post Opulence)의 호텔버전이라고 할까.

웰컴로비부터 고객 환대의 주요 서비스가 이루어지는 24층 그랜드 리셉션, 그리고 254개의 객실과 식음료, 피트니스 등 부대시설에 걸쳐 이런 콘셉트가 일관되게 유지되고 있다. 간결하고 세련된 디자인의 공간은 처음에는 “모던하고 편하다”라는 느낌을 준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 소파나 탁자 같은 집기부터 곳곳의 예술소품들이 하나, 둘 눈에 들어오면 “근데 꽤 럭셔리하네”라는 생각으로 발전한다.

높은 층고와 시원스런 통창으로 구성한 뷔페 ‘콘스탄스’나 ‘1914 라운지&바’는 서울 강남의 번화가 테헤란로를 한 눈에 내려다보는 압도적인 전망 자체가 럭셔리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조선팰리스강남의 전체 디자인 설계를 맡은 스페인 형제 디자이너 움베르트&포예는 이런 분위기를 ‘럭셔리의 재정의’라고 표현했다.

호텔 곳곳에는 콘셉트로 컨템포러리 아트 400여 점도 비치했다. 웰컴 로비에 있는 다니엘 아샴 ‘블루 에로디느 모세’(Blue Eroded Moses)를 비롯해 요한 크레텐, 칸디다 회퍼, 김지원, 이정진 등 국내외 작가의 작품을 만나는 재미도 있다.

뷔페 레스토랑 콘스탄스의 내부 전경. 높은 층고의 시원스런 개방감을 가진 공간과는 별도로 오붓하고 안락한 느낌을 주는 공간도 갖추고 있다.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호텔 서비스의 브랜드화, ‘조선 터치’

하드웨어 못지않게 조선팰리스강남이 차별화에 신경 쓴 점은 자신들만의 고유한 서비스다. 이른바 ‘조선 터치’(JOSUN TOUCH)라고 부르는 고객의 취향과 감성을 배려한 맞춤 서비스를 표방하고 있다.

‘조선 터치’는 웰컴로비 팰리스 게이트의 도어맨부터 시작한다. 편리한 자동회전문 대신 매번 손으로 열어주는 번거로움을 감수하면서 고객에게 반갑게 인사를 건네는 호스피탈리티(환대)를 지향한다. 해외 럭셔리 호텔서는 접했지만 의외로 국내선 드물던 모습이다. 조선팰리스강남은 조식없이 투숙만 하는 룸 온리(ROOM ONLY) 상품도 없다. 기본객실인 스테이트부터 최상위인 조선 그랜드 마스터스 스위트까지 모든 투숙객이 그랜드 리셉션의 다양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한식 컨템러러리 파인 다이닝인 이타닉 가든의 카운터석. 한식에선 드물게 셰프의 조리 모습을 보면서 코스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사진제공|조선호텔앤리조트


총 5개의 레스토랑으로 구성된 식음업장 고메 컬렉션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한식 컨템포러리 파인 다이닝 ‘이타닉 가든’이다. 파스텔 색상의 화사한 공간이 인상적인 이타닉 가든은 최상층 36층에 있다.

이곳의 마스터 셰프는 뉴욕의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 ‘셰프스 테이블 엣 브룩클린 페어’ 출신인 임현주 셰프다. 그는 한식 식재료에 일식, 프랑스식의 조리법과 플레이팅을 접목한 새로운 메뉴를 구현하고 있다. 점심과 저녁 모두 단일코스 메뉴인데 각각 16만원, 30만원으로 가격은 만만치 않다.

오픈에 맞춰 백련잎주 소스와 은대구, 통영 삼배굴과 캐비어, 제주 카라향을 곁들인 가시발 새우 등을 시그니처 메뉴로 내놓았다. 한식 레스토랑으론 드물게 셰프의 요리를 감상하는 카운터 석과 창밖 전망을 오붓하게 즐기는 2인용 윈도우 석도 갖추고 있다.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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